물로 쇠를 끊을수 있을까.

보통 생각으로 이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로봇의 끝 0.1mm구멍을 통해 초당 1천m이상의 속도로 물을 쏘면
얇은 철판정도는 쉽게 절단할수 있다.

이런 원리를 활용한 것이 워터제트기.

부천에 있는 젯텍이란 중소기업은 이런 원리를 활용한 워터제트기를 개발,
지난 95년3월부터 출하중이다.

이처럼 물을 이용해 철판이나 유리 강화플라스틱을 절단하고 가공하는
기술은 지난 70년대초부터 선진국에서 개발된 것.

이 기술은 각종 기계부품을 비롯 항공기부품의 제작에 활용되고 있다.

이 기술은 일반적인 상식을 뒤집은 아이디어로 개발해 낸 것이다.

우리주변엔 이같이 상식을 뒤엎는 발상에 의해 엄청난 기술들이 개발된다.

얼마전 안산에서 화물차용 브레이크패드를 생산하는 홍사장은 참 묘한
하소연을 했다.

그는 고학력자를 전혀 믿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생산 및 기술부문에 근무하는 고학력자들은 너무나 창의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지난해의 일이다.

이회사는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기존 브레이크패드에 못을 박아야 했다.

고학력자인 이 회사의 공장장은 상식적으로 브레이크패드에 못을 박으면
패드가 부서진다면서 못을 박기 위해선 패드의 물성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홍사장은 일단 못을 먼저 박아본뒤 문제를 해결하자고 부탁했다.

그럼에도 공장장은 막무가내로 말을 듣지 않았다.

하루는 공장장이 출장을 가고 없을 때였다.

홍사장은 공고출신의 기술자에게 패드를 꺼내와 못을 박아 보라고
지시했다.

그는 첫실험에서 패드는 예상한 대로 부서졌다.

그러자 그는 홈이 파인 못을 박으면 부서지지 않을 것 같다고 건의했다.

즉시 홈이 패인 못을 사와 이를 패드에 박았다.

놀랍게도 패드는 전혀 깨지지 않으면서 못이 들어갔다.

거의 반년 가까이 공장장의 고집으로 지연돼오던 신제품개발이 하루아침에
해결됐다.

이후부터 홍사장은 고학력자들을 믿지 않게 됐다.

고학력자들은 학교에서 배운 교과서적인 지식에 너무 의존하기 때문이라는
것.

저학력의 현장기술자들은 일단 시험을 해본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비해 고학력자들은 머리로 판단을 먼저 내리는 것이
폐단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물론 모든 고학력자들이 그런건 아닐 것이다.

홍사장의 이 생각도 하나의 고정관련일수 있다.

그러나 홍사장의 주장에 솔깃해지는 건 창의력은 결코 교과서적인
지식에선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로 항공기부품을 가공하는 워터제트기술도 현장기술자의 엉뚱한
발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제 기술개발은 칼로 물을 베기보단 물로 칼을 베는 너무나 뚱딴지같은
발상에서 비롯되고 있다.

신기술 신경영을 위해 이제부터 교과서적인 발상보단 엉뚱한 아이디어에도
관심을 기울이자.

< 중소기업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