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모 제과업체가 껌광고에 히틀러를 등장시키자 주한 독일대사관
측이 광고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주한독일대사관은 지난 2일 외무부에 외교공한을 보내 "반인류 범죄자인
히틀러를 광고에 등장시킨 것은 아직도 과거를 잊지 못하고 있는 희생자들
에게 불필요한 슬픔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외무부측이 9일
밝혔다.

대사관측은 특히 "반인류 범죄자인 히틀러를 단순한 희극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광고사용의 자제를 요청했다는 후문.

독일대사관측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온 광고는 모 제과업체의 "엔토피아"
라는 껌 광고로 "히틀러가 이 껌을 씹으면서 웃을 수 있는 유머의 소유자
였다면 2차대전과 같은 재앙은 없었을 것"이라고 선전한다는 것.

외무부는 이에따라 해당부처인 공보처에 독일대사관의 뜻을 전달했고 관련
회사는 이 광고의 사용을 최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대사관은 작년말에도 국내 모 중소도시에서 한 업자가 "히틀러 호프집"
이란 상호를 사용하고 있는데 대해 비슷한 입장을 전달하고 상호변경을
요청한 바 있다.

외무부 관계자는 "독일은 과거 히틀러와 나치만행을 치욕스럽게 생각하고
있고 이들로부터 희생을 당한 사람들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이같은
서한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

< 이건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