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태초때부터 지구상에 있었다.

미국 예일대학의 레오 힉키 박사와 데이비드 테일러 박사는 1958년
호주의 발보레 근처에서 1억2천만년전의 꽃 화석을 발굴하여 꽃의 역사가
오래되었 므을 증명해 주었다.

이 화석은 두개의 잎과 한개의 꽃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쿤와라로
명명되었다.

그 이후는 지구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꽃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져 갔지만
아직도 헤아릴수 없는 종류의 꽃들이 식상하고 있다.

길이 0.6mm, 넓이 0.33mm, 무게 0.00015g으로 가장 작은 꽃인 호주의
"물위에 떠다니는 개구리밥에서 길이 91cm, 두께 1.9cm, 무게 7kg으로
가장 큰 꽃인 동남아시아 정글의 "킹 콥스 백합"에 이르기까지 갖가지가
있다.

이꽃들은 그 존재 자체로서보다 인간의 완상대상으로서 찬상물이 되어
왔다.

꽃은 각양각색의 자태를 가지고 인간의 마음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어온
것이다.

질박함과 화사함, 싸늘함과 뜨거움, 따스함과 쓸쓸함, 청초함과
친근함으로 사랑과 평화, 정과 꿈, 위안과 사색의 나래를 펴게 한다.

꽃의 매력은 이처럼 침묵속에 전해지는 속임없는 언어에 있다.

독일의 시인 프리드리히 뤼케르트는 침묵의 언어를 가진 꽃을 완상하는
기쁨을 이렇게 노래했다.

"꽃놀이의 아름다움이여/...장미꽃이 시들기 전에/사랑하는 사람을
치장시켜라//서로 술을 나누며 생각하는 것/그 기쁨을 노래 불러라/
꽃놀이의 아름다움이여..."

꽃놀이는 오랜 옛날부터 풍류의 하나로 여겨져 왔다.

지금도 사람들은 봄철이 되면 들과 산으로 꽃놀이를 떠나느라 부산을
떤다.

이제 감정을 들뜨게 하던 벚꽃도 져 버리고 철쭉꽃이 파랗게 돋아오르는
잎새들 속에 화사함을 감충더 가고 있는 계절이 왔다.

때마침 일산신도시 호수공원에서 지구촌 꽃잔치인 "97 고양 세계
꽃박람회"가 오늘부터 16일동안 열려 꽃놀이의 행렬을 이어지게 함으로써
올봄의 열기는 더 연장될것 같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청복을 누릴수 있다"는 옛말이 있다.

일산 지구촌 꽃잔치 마당에서 "정치의 어두운 긴 터널"로 얼룩진 이 봄의
답답함을 씻어 버리는 청복을 누려 보는 것이 어떨까.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