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국제경제팀장>

새경제팀이 출범한지도 벌써 1개월이 넘었다.

정치적으로 대형사건과 삼미그룹 등 부도사태가 잇달아 떠져 나오고,
대외적으로 미국 등 선진국으로부터 통상압력이 가중되는 속에서도 소신있게
경제를 추스려가는 모습이라 다행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최근 우리경제에 일고 있는 위기론을 야기시킨
경상수지 적자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으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안정을
찾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수출이 반도체 유화 조선 철강제품을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고, 환율도
그동안 급등세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안정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그러면 이같은 분위기는 우리경제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수 있는
수준까지 연결될수 있을까.

여기에는 이번 위기론의 발단이 됐고, 새경제팀이 최대현안으로 삼고 있는
경상수지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정책들이 제대로
된 것인가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75년 이후 경상수지가 적자상태에서 흑자로 정착된 국가는 전세계
60개국 가운데 벨기에 아일랜드 싱가포르 덴마크 프랑스 등 5개국에
불과하다.

이들 국가가 경상수지 적자상태에서 벗어난 가장 큰 요인은 무역수지의
흑자전환을 통해 가능했다.

그만큼 경상거래 가운데 무역거래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흑자기조 정착국들은 우선적으로 무역적자해소를 위해 새로운
주력수출산업을 육성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기업에 대한 대폭적인 세제와 금융상의
혜택을 부여하고 각종 규제를 철폐하여 실질적으로 내국인대우를 해줌으로써
외국기업들이 자유롭게 투자할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었다.

동시에 물가안정을 통해 기대인플레를 불식하고 요소비용의 안정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제고했다.

흑자기조 정착국들은 대부분 적자기간중 소비자물가가 6~13%에서
흑자기간에는 2%대로 낮아졌고, 임금상승률도 7~13%에서 2~4%로 둔화됐다.

임금을 생산성 범위내에서 조정하는 소득정책을 실시했고,경제전반에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시장기능을 활성화했다.

환율정책에 있어서는 단기적으로 가격경쟁력 제고를 위한 인위적인
절하정책보다는 중장기적인 물가안정을 위해 환율을 적정범위에서 운용했다.

재정정책에 있어서는 강력한 총수요억제책을 추진했을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금리나 물가를 안정시킴으로써 경쟁력개선에 중점을 두었다.

우리나라가 80년대 후반 경상수지흑자를 기록할수 있었던 것은 물론
대외적으로 3저라는 커다란 혜택이 있었으나, 당시 주력수출업종인
반도체 자동차 PC 등은 80년대 전반에 개발되어 상품화단계에 이르렀다.

정책기조면에서는 2차 오일쇼크 이후 정부가 총수요억제책과 임금안정책을
실시하여 경제안정기반이 구축됐다.

즉 80년대초 25%이상에 달하던 총통화증가율이 80년대 중반에는 11%
내외로 낮아졌고, 재정지출증가율은 제로베이스 예산편성 등으로 20%대에서
한자리대로 낮아졌다.

임금상승률도 임금가이드라인 설정을 통해 80년대초 20%대에서 한자리로
낮아지고 소비자 물가상승률도 29%에서 2~3%선으로 안정됐다.

결국 경상수지를 기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책기조를
긴축적으로 운용하여 경제안정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처럼 정책기조를 긴축적으로 유지한다하면서 총통화증가율을 20%가
넘게 유지한다든지, 내년부터 적자예산을 편성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경상수지를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둘째로 기술개발과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있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수 있는 전략수출 상품을 시급해 개발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중후장대형 소재산업이 주종을 이루고 있고,
대부분 수출상품이 쇠퇴기에 놓여 있는 현실을 감안할때 새로운 전략산업을
시급히 육성해야 할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최근 정부가 벤처기업육성을 통해 산업구조조정을
모색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자금지원과 관련해서 뒷거래가 있다든지,기업인들의 행정규제
수위를 체감하는 수준까지 완화하지 않을 때에는 과거처럼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로 무역외수지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하여 국민들의 건전한
여행문화를 권장하고,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여행수지를
개선해나가야 한다.

여기에 무역외지급 관리를 합리화하고 운수-항만 서비스분야를 수출
산업으로 전환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정부도 최근 무역외수지를 개선해나가기 위해 교육 금융시장을
앞당겨 개방하고 있으나, 외환부족 문제에 쫓겨 국내 산업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서두르는 감이 있어 서비스 산업의 특성상 경제주권을 빼앗길 우려가
있다.

넷째 경상수지개선은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실제로 흑자기조
정착국들은 적자폭이 줄어들기 시작하여 흑자로 전환하기까지 평균 10년
이상 소요된 점을 감안할때 1년 이내에 경상수지적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될 것이다.

경제 운용시스템의 안정과 총수요관리를 통해 경제전반의 거품을 걷어내고
정부혹은 기업차원의 구조조정을 통해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경상수지 개선과 위기극복은 경제팀을 자주 교체한다든가, 대통령의 의지
만으로는 해결될수 없는 과제이다.

오로지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일관성있는 정책만이
해결할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