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전경련 기조실장회의 결론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30대 그룹의 총액임금동결을 "결의"한 것이고 또하나는 야당의
노동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는 각각 근로자들과 정치권에 대한 재계의 메세지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임금인상보다는 고용안정"을 선택하자는게
재계의 호소다.

기업들은 정리해고나 명예퇴직을 자제할테니 근로자들은 임금동결에
동참해 달라는 것이다.

또 정치권에 대해서는 노동법 개정이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당초의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대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복수노조허용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등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회의를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중 조남홍 경총부회장은 야당의
개정안에 담겨 있는 독소조항들을 일일이 지적해 가며 다소 격앙된 듯한
모습까지 보여 줬다.

재계가 이처럼 "결의"까지 해가며 총액임금동결과 야당의 노동법 개정안
반대에 나선 것은 이 두가지가 "향후 우리 경제의 사활을 좌우할 시급한
과제"(손병두 전경련부회장)라는 현실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먼저 임금 문제를 보면 극심한 불황을 겪은 작년에도 국내 기업의 평균
임금인상율은 약 11%로 여전히 두자리수를 유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총관계자)

또 최근 한국노총이 제시한 올해 임금인상율도 18.4%나 돼 사용자측의
입장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재계는 이처럼 기업의 형편과는 관계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임금인상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액임금 동결이라는 극단적 처방을 들고 나온
것이다.

다음으로 재계가 야당의 노동법 개정안에 극력 반대를 표명한 것은 이
개정안이 우리나라의 노사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표적인게 복수노조 허용안이다.

이용환 전경련 이사는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유명무실화돼 노조가 단일화되는 추세"라며 "우리나라는
복수노조가 허용될 경우 노노갈등 등 숱한 문제가 제기 될 것"이라고 재계의
우려를 대변했다.

특히 재계는 기업들의 요구사항인 정리해고제 도입, 근로자파견제 등이
도입되더라도 이들 제도가 완전히 정착되기 전에는 복수노조 허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회의와 관련해서는 과연 30대 그룹의 총액임금 동결이
지켜질지도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근로자들의 반발이 워낙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기업들간에도 서로
근로자 복지수준이 다른 상황에서 획일적인 임금동결은 어렵다는게 그동안의
견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금 다른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고용불안이 심화되면서 근로자들도 임금인상보다는 고용안정에 보다 관심을
갖는 경향이다.

최근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고용안정과 임금중
어느쪽을 더 중시하느냐에 대해 60%이상이 고용이 더 중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실제로 최근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그같은 움직임이 현실로 나타나기도
했다.

쌍용자동차와 효성중공업은 최근 노조가 급여인상을 회사측에 일임, 올
급여가 동결되거나 소폭인상에 그칠 전망이다.

또 코오롱그룹의 관리직은 부장급이상 관리직의 임금을 동결했고 지난
94년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했던 동국제강 노조도 25일 "경제위기 극복 및
경쟁력강화를 위한 결의대회를 갖고 임금동결을 결의했다.

이에 대해 전경련관계자는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근로자들도 경제위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협조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