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로 정치권이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국회의 핵심경제상임위인 재정경제위는 거의 초상집을 방불케 할 정도로
"쑥대밭"이 되고 있다.

특히 민주계 실세중의 한사람으로 인식돼온 황병태 위원장이 12일 검찰에
소환됐는가 하면 한보사태와 관련해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의 수가 다른
상임위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신빙성에서는 다소 의문이 있긴 하지만 한보관련 의혹대상으로 거명되고
있는 재경위출신 인사들의 수는 정치권에서 거명되는 전체 "의혹 대상"의
거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14~15대때 재경위에 있었거나 현재 활동중인 인사들중 이미 황위원장과
정재철 의원 등 2명은 검찰에 소환됐다.

맨먼저 소환돼 구속된 정의원은 14대 전반부에 재무위에서 활동했다.

5천만원 수수보도로 "정치적 음모설"을 제기한 김덕룡 의원도 13대에 이어
14대에 재경위원을 지냈다.

12일 수뢰설에 오른 김정수 김상현 의원은 현재 재경위 소속이다.

김정수 의원은 14대때도 재경위원이었다.

한때 거액 수수설이 나돌았던 민주계 핵심 S의원도 14대때부터 재경위원으로
활동중이다.

또 야당의 두 K의원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평소 정태수 한보총회장과 친분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신한국당의 C,
국민회의 J의원도 아직 의혹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한국당 의원중 15대총선에서 낙선했으나 14대때 재무위에 몸담았던 C, R
전 의원도 한때 괴문서에 이름이 나돌았으나 최근의 괴문서에는 이름이 빠진
상태다.

이밖에도 구체적으로 거명되고 있지는 않지만 몇몇의원들이 여전히 "개연성"
차원에서 일부 호사가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재경위원들이나 그 주변인사들은 "검찰의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마음을 놓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수긍할 정도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15대국회 재경위 소속 의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14대때 재경위에서 활동했던
전현직 의원들 조차 요즘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발" 저리는 인사들도 일부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에도
지역구에서 문의전화가 쇄도하는가 하면 꼭두새벽까지 취재기자들의 전화가
걸려오기 때문이다.

특히 취재기자들은 "검찰에서 소환장을 보냈다는데 언제 출두하며 얼마를
받았느냐"는 식으로 넘겨짚기가 일쑤여서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재경위의 경우 소속위원이 30명이어서 영문으로 같은 이니셜을 쓰는 경우가
많아 이들에게 확인전화가 자주 오게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때 재경위의 H의원이 연루됐다는 설로 황병태 위원장과 한승수 경제부총리
(입각전 재경위 소속) 한이헌 의원 등이 동시에 의혹을 받기도 했다.

< 박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