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초 국립극장 사상 최연소 단장으로 임명돼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최태지 국립발레단장겸 예술감독(38).

새해를 맞은 그의 각오는 남다르다.

단장을 맡은지 1년이 흐른 만큼 뭔가 보여주겠다는 다짐이다.

최단장은 "지난 한해는 기본기를 익히는데 충실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드라마틱 발레를 시작으로 발레의 진수를 펼쳐
보이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국립발레단이 지난해 공연한 작품은 "돈키호테" "라 바야데르"
"백조의호수" "레이몬다" "파퀴타" 등 프티파의 명작과 바이노넨 원안무의
"호두까기인형" 등.

이 작품들은 러시아의 대표적인 고전발레로 클라이막스 부분은 외국의
유명무용단도 함부로 시도하기 어렵다는게 일반적인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작품들을 무대에 올린 의도 또한 기본에
충실하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러시아 고전발레는 발레를 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 모두에게 출발점이
됩니다.

우아함과 더불어 힘찬 회전과 도약을 요하는 동작이 많아 탄탄한
기본기를 필요로 하는게 특징이지요"

최단장이 올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주로 드라마틱발레.

줄거리가 있는 만큼 움직임 하나하나에 상징이 제대로 깃들어야 하는
발레라 할수 있다.

먼저 3월말 예정인 제87회 정기공연에선 "노트르담의 곱추"를 무대에
올린다.

집시처녀 에스메랄다를 연모하지만 결국은 그녀에게서 눈길 한번 받지
못하는 곱추 콰지모도와 근위장교로부터 이용만 당하고 버림받는
에스메랄다의 비애를 몸동작에 담을 예정이다.

도쿄시립발레단의 이시다 타네오 안무.

9월말 가을 정기공연에서 선보일 "신데렐라"도 마찬가지.

온갖 어려움속에서도 착한 마음씨를 잃지 않는 신데렐라가 결국엔
왕자와 사랑을 맺는다는 스토리를 밝고 화려한 분위기로 관객에게
전달한다.

지난해 "돈키호테"를 안무한 볼쇼이발레단의 마리나 콘트라체바를
재초빙, 안무를 맡길 예정이다.

"리얼리즘과 낭만주의의 대표격인 두 작품으로 드라마틱발레를 제대로
표현해 국내 발레의 수준을 한단계 높이겠습니다"

이를 위해 최단장은 국립극장측의 협조를 얻어 러시아나 미국에서
발레마스터를 초빙, 국립발레단원들을 일정기간동안 집중 트레이닝시키는
것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가 올해 중점사업으로 기획한 또한가지는 "해설이 있는 발레무대"를
여는것.

"해설이 있는 발레"란 발레가 시작되기 전이나 끝난후에 작품의 의미와
감상포인트를 평론가 현역무용인 안무가 등 무용전문가들이 해설해주는
무대다.

오는 5월부터 11월말까지 매월 마지막 금요일 (단 9월은 정기공연
관계로 제외)에 마련할 예정이다.

"관객들이 드라마틱 발레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무용의 대중화를
위해 "금요발레의 날"을 정하게 됐다"는 게 최단장의 설명.

국립발레단은 "금요발레의 날"을 활성화하고 발레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이 무대를 전적으로 외부안무자에게 맡길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최단장은 또 8월중 국립오페라단과 공동으로 "발레와 오페라와의
만남"을 꾸미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관객들로 하여금 오케스트라 무대장치 발레 등을 부담없이 보고 즐기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1959년 일본에서 재일교포로 태어난 그는 프랑스 프랑게티와 미국
조프리발레학교, 마담 다르바슈 등에서 수학했다.

87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한후 뛰어난 연기력으로 "백조의 호수"
"레퀴엠" "해적" "돈키호테" "호두까지인형" 등의 주역으로 활동했으며
지난해 1월 국립발레단장 및 예술감독에 임명됐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