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련은 무엇보다 추동의 옥문이 자신의 옥경을 꽉 죄어주는 느낌이
좋았다.

이런 기분 때문에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어린 여자애들을 선호하는지도
몰랐다.

나이로 보면 우이저도 추동과 어슷비슷했지만 우이저는 워낙 음탕한
계집으로 이 남자 저 남자 품에 놀아났던 전력이 있는지라, 우이저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은 아무래도 추동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느낌만
못하였다.

딸아이까지 낳은 아내 희봉의 경우는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날이면 날마다 가련이 추동과 붙어 지내자 희봉과 우이저는
투기심으로 밥맛을 잃을 정도였다.

하지만 희봉은 내색을 하지 않고 추동과 우이저를 동시에 제거할
묘안을 찾는 데만 마음을 썼다.

그러던 중 "전국책"의 관여 계책이 생각났다.

노나라 장사 관장자가 하루는 관여와 함께 산길을 걷다가 호랑이
두 마리가 먹이 하나를 놓고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관장자가 혼자서 호랑이 두 마리를 칼로 찔러 죽이겠다면서
앞으로 나섰다.

그때 관여가 관장자를 말리면서 말했다.

"지금 호랑이 두 마리가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우고 있으니까 한쪽이
이길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이긴 쪽도 사력을 다했을 테니까 지칠 대로 지쳐 있을 것이란 말이야.

그때 이긴 쪽을 치면 두마리 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거지"

결국 관장자는 관여의 말대로 하여 호랑이 두마리를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잡을 수 있었다.

희봉은 관여의 계책대로 우이저와 추동이 서로 싸우도록 해서 한쪽이
이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이긴 쪽을 치기로 마음먹었다.

희봉은 추동을 자주 찾아가서 우이저가 얼마나 추동을 시기하며
미워하는가를 넌지시 암시하면서,남편 가련이 결국 우이저를 가장
애지중지하게 될 것이라고 하여 추동의 마음속에 투기를 일으켜 놓곤
하였다.

그러자 아직은 가련의 사랑을 독차지하다시피 하고 있어 교만해질 대로
교만해진 추동이 우이저를 깔보며 수시로 우이저에게 욕설을 퍼부어대기
일쑤였다.

"네 행실은 네가 잘 알렷다.

아무도 데리고 가지 않을 화냥년을 그래도 대감님께서 불쌍히 여겨
받아들였건만 그 은혜를 모르고 까불어?

대감님께서 가장 아끼는 것을 깔고 앉아 뭉개려고 해? 어림도 없지"

우이저도 원통하고 억울해서 추동에게 따져물으며 대들었다.

"도대체 대감님이 가장 아끼는 것이 뭔데, 내가 그걸 깔고 앉아
뭉개려고 한다는 거야?"

"뭐긴 뭐야. 이 추동이지. 날 밀어내고 그 자리에 앉으려고 하니 기가
차서 하는 소리야"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