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위원장 한영성) 및 국회 가상정보가치연구회(회장
이상희)와 공동으로 "21세기 과학기술비전의 실현과 정치권의 역할"을
주제로한 제7회 한림원탁토론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이날 "비효율적인 정치행태가 생산지향적 정치로 탈바꿈해야
하며 권력화된 지식을 관리.통제하는 정치권이 제역할을 다할 때 국가의
전반적인 혁신체제가 원동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인수 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장의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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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지식이 경제발전의 핵심이 되는 "지식기반사회"로 정의할 수
있다.
지식의 창출은 곧 권력창출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도 무방하다.
이런 맥락에서 과학기술지식의 창출은 권력배분과정인 정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치를 국가자원배분을 위한 정책결정과정으로 정의한다면 과학기술이
창출해내는 막대한 부가가가치를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우리나라가 21세기 G7국가 수준의 선진국이 되기 위해 갖춰야할 기본
요건은 과학기술이며 그것도 독자적인 과학기술력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독자적 과학기술력확보의 주체는 연구개발활동과 인력양성을 수행하는
과학기술계이지만 그 풍토와 여건의 조성에는 비과학기술계중에서도
정치권의 리더십이 절대적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연구개발 투자가 미흡하고 정부 부담비율
역시 낮다.
목표지향적 기술개발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대신 범부처적 종합조정의
미흡으로 전략적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 연구개발활동의 결과를 확산시키는 파급지향적 수단이 취약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적 연계도 미약하다.
과학기술자에 대한 대우도 매우 낮다.
사회전반적인 혁신재설계를 새로이 구상해야할 단계에 와있는 것이다.
국가 중요정책의 우선순위를 최종결정해 국정의 전반적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국가원수의 핵심역할이다.
과학기술발전의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고 과학기술의 역량을 결집하는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대통령 과학
기술자문위원회(PCAST)를 신설하고, 클린턴 대통령은 대통령이 의장이 되고
핵심각료급 인사가 대거 참여하는 국가과학기술심의회(NSTC)를 설치하는 등
미국을 비롯한 선진각국은 국가차원에서 과학기술정책의 우선순위조정을
기하도록 하고 있다.
의회의 활동도 마찬가지다.
선진각국의 의회는 과학기술발전을 위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법안을
제정하는 등 행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을 견제함과 동시에 정책대안을 개발
제시하고 예산승인활동을 펼치고 있다.
과학기술전문가들로 구성된 초당적 입법보조기구들을 둬 정책대안제시
및 입법활동에서의 전문성을 살리고 있다.
미 의회가 지난 72년 설치한 기술평가국(OTA)은 과학기술문제에 관해서
세계적으로 가장 발달된 입법전문 보조기구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러나 정치불안정으로 인해 의회정치의 전통이 확립되어
있지 못하고 의회기능 또한 점진적으로 발달되지 못한 의정사를 지니고
있다.
당리당략에 의한 의정활동을 우선시하는게 보통이다.
과학기술과 관련한 의원들의 전문성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며
의원개개인의 관심도 또한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STEPI)가 지난해 내놓은 "과학기술정책과
효율적인 국회의 역할"이란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의원이 제일 선호하는
정책분야는 환경분야이며 과학기술정책분야는 최하위(14위)로 나타나 있다.
과학기술정책의 결정에 있어서 국회는 가장 미미한 영향력을 지닌
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다.
과학과 공학을 전공한 국회의원은 13대때에는 3명, 14대에는 2명뿐이었다.
당시 체신과학위원회는 인기없는 상임위원회로 교체율이 평균 70%에
달했었다.
다행히 15대에는 학부전공을 기준으로 26명이 과학관련전공자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의원의 40%가 겸직을 하고 있어 의원들이 과학기술정책에
관한 법률을 제대로 이해한 상태에서 처리하는 경우는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의회 소관위원회의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활동은 10%정도로 저조한
상황이다.
과학기술혁신 특별조치법을 발의한 대표의원들은 현재 아무도 통신과학
기술위원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
통과위의 과학기술처소관 스태프는 1명의 전문위원과 2명의 입법조사관,
3명의 보조원으로 되어있는데 이는 미국의 15분의1에 불과하며 이들 또한
잦은 교체로 전문성이 불충분한 실정이다.
법제예산실 관련인력도 그렇고 입법조사분석실도 관련인력이 부족해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보좌하기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은 아직 전반적으로 과학기술문제에 대한
관심과 전문성이 매우 부족한 상태에서 의원들의 전문성을 뒷받침할 입법
보좌기구도 국회내에 거의 갖추어지지 않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정책을 행정부가 주도함에 따라 집권당은 주로 당정
협조차원에서 과학기술문제에 관심을 가지는데 그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더욱이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성도 부족해 선진국과 같이 구체적인 정강
정책으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21세기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국가 최고책임자의 과학기술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역할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대통령은 과학기술의 비전과 프로그램의 구상, 그리고 이의 초기실행
단계 및 후기실행단계 등 3단계과정에서 구체적이고 명확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우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학기술입국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과학기술
특별보좌관직을 설치하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초기실행단계에서는 과학기술혁신 5개년계획을 맡아 실행하는 기관의
역량에 신경을 쓰고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주는 한편 범부처적인 문제를
적극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이들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관련제도를 정비하는
등 사회경제적인 제도화를 기하는 노력에 역점을 두어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국회도 대통령중심 체제하에서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지만 과거처럼
안주해서는 안될 것이다.
앞으로는 과학기술의 비전을 실현하는데 정책심의와 입법활동을 통해
적극적인 역할을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
먼저 과학기술의 발전에 절대 필요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인적 재정적인
지원의 기반이 국민적 지지에 의해 구축될 수 있도록 대중을 과학기술
진흥에 적극 참여토록 유도하고 과학기술과 관련한 국민의 요구를 수용-
결집해 새로운 정책대안개발에 나서야 한다.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 평가 및 감독기능을 강화해 국회
고유의 기능인 행정부 견제와 균형의 기능을 과학기술문제와 관련해서도
확립토록 하고 과학기술에 대한 자원분배의 정치적 합리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의원들이 기존 입법보조기구의 활용을 촉진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의원들이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역할수행을 효율적으로 보조할 보다 폭넓은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먼저 국회과학기술연구회와 같은 모임을 활성화해 과학기술과 관련한
의원들의 관심을 제고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
입법보조기구내에 과학기술계 출신의 전문가를 보강하는 등 과학기술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전문성을 보좌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국정감사와 대정부질문시에만 등장하는 과학기술문제에 대한 심의기능도
의회내에 내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전담위원회의 설치를 강구하고 미 OTA 등의 사례와
같이 전문성을 갖고 객관적으로 과기정책수립을 뒷받침하는 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정당도 외부 전문인사영입 및 자문기구운영을 통해 과학기술관련 정강
정책개발 및 그 내용을 구체화해야 한다.
그리고 정당이 과학기술에 관한 뚜렷한 이념을 바탕으로 일반국민에게
적극적인 계몽운동을 전개해 과학기술 지향적인 사회환경조성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 정리 = 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