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다른 삶을 마음껏 살수 있다는 거죠"

KBS에서 "전설의 고향" "드라마게임"을 썼던 최민수씨(29).

그는 방송작가의 가장 큰 매력을 "대리만족"에 있다고 소개한다.

"등장인물을 창조함으로써 제가 살수 없는 다른 인생을 시청자들과 함께
체험할수 있죠"

최씨는 보고 듣는 모든 것들이 글의 소재가 될수 있다고 한다.

"지금 말하면서도 박기자의 캐릭터를 열심히 머리속으로 그리고 있어요"

그는 이런 작가의 습관을 "직업병"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결혼전날까지 날을 새며 작업했던 것을 떠올린다.

시간에 쫓기기도 했지만 일에 "미쳐"있을 때였다.

"홍대 조소과 재학중 "이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죠.

그러던중 친구 작업실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한계령"이란 TV단막극을
보게 됐죠.

양귀자씨의 원작을 각색해 쓴 작품이었는데 보는 순간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나 방송작가라는 직업의 이면에는 어려움도 많다.

"우선 이 직업은 개인생활이 없어요.

매체의 속성상 모든게 계획에 따라 움직이죠.

어떤 작가는 일에 쫓겨 시어머니 환갑잔치에도 참석못하는 경우도 봤어요"

또 힘든 점은 외롭다는 것이라고.

글을 쓰다 보면 새벽녘에 우유와 신문넣는 소리가 들린단다.

"그럴때면 외로움이 뼛속까지 사무치는 것 같아요"

물론 남편탓은 아니다.

다만 "끊임없이 자신과 싸움을 벌여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방송작가 지망생들에게 당부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방송작가가 힘들겠지라고 생각한다면 그것보다 5배는 더 힘들 것을
각오하고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그것도 이겨낼수 있다면 방송작가는
확실히 매력적인 직업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