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의 분신장면을 연기한 홍경인은 어떻게 분장하고 몸에 불을
댕겼을까.

"은행나무침대"에서 목이 잘린채 걸어다니는 시체는 누가 연기하고
어떤 촬영기법이 동원됐을까.

또 일반인이 접하기 힘든 촬영현장은 과연 어떨까.

최근 한국영화의 제작과정을 다큐멘터리형식으로 구성한 비디오 "메이킹
필름"이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6월 우일영상에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비밀"을 내놓은데 이어
이달초 영성프로덕션이 "은행나무침대의 비밀"을 출시한 것.

"메이킹 필름"은 외국의 경우 영화와 동시에 기획 제작될만큼 일반화된
장르로 상업적으로도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실제로 "지옥의 묵시록"(프란시스 코폴라감독)의 제작현장과 에피소드를
모은 "회상, 지옥의 묵시록"은 영화 못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기록성과 작품성을 강조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비밀"(박광수감독)은
기획부터 완성까지 1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전과정을 담고 있다.

구성은 실제 전태일의 인간적인 모습과 홍경인의 연기로 형상화된 영화속의
모습을 오버랩시킨 1부"전태일과 전태일"과 촬영에 얽힌 에피소드및 제작
현장을 소개한 2부"고백".

흑백처리된 전태일의 분신장면으로 시작되는 이 다큐멘터리는 여러번
영화화를 시도했다 무산됐던 이야기와 크랭크인까지의 우여곡절을 박감독및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씨 인터뷰를 통해 자세하게 들려준다.

또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이루는 홍경인의 분신연기 촬영현장과 2차례의
공개오디션, 70년대 청계천피복공장을 재현한 세트, 베를린영화제 시사회
장면 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편 "은행나무침대의 비밀"(강제규감독)은 천년의 사랑을 그린 SF멜로
영화 "은행나무침대"에 동원된 첨단영상기법과 특수분장효과을 중점 소개,
영화팬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아울러 영화장면을 간간히 삽입, 몰핑 컴퓨터그래픽 등 영화에 사용된
특수촬영기법을 분석하는가 하면 영화소품의 제작과정과 주연배우들의
꾸밈없는 현장모습을 자세하게 공개한다.

독특한 영상으로 시선을 모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들판장면, 수현과
미단이 황장군에게 쫓겨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모습, 수현이 미단의 몸을
그대로 통과하는 장면 등에 컴퓨터그래픽과 합성기법을 사용, 실감나는
영상을 연출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외에 5시간이상 소요된 신현준의 분장장면, 8층높이의 공중에서
시속30km로 낙하하는 촬영감독의 아슬아슬한 모습, 촬영상의 어려움과
연기평을 진솔하게 털어놓는 주연배우들의 인터뷰, 극장을 나서는
관객과의 즉석인터뷰, 강감독의 연출변 등이 담겨 있다.

< 정한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