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현대전자 LG반도체 등 반도체 3사의 올 상반기 순익규모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낙폭을 보였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삼성전자는 공식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반도체 부분에서만 "3천억원 안팎"
(삼성전자 L이사)의 이익을 남겨 지난해 같은 기간(1조원추정)보다 70%
가까이 순익규모가 줄어들었다.

현대전자는 1천7백60억원,LG반도체는 1천7백억원으로 각각 55%와 60%씩
이익이 감소했다.

반도체업계의 올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건 사실 예견된 것이었다.

올초부터 반도체 값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개당 50달러 이상하던 16메가D램 값이 8월초 현재 개당
14달러선까지 주저앉으며 반도체 메이커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던 것.

그러나 상반기 실적악화 보다도 더 큰 문제는 하반기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반기 실적을 분석해 보면 하반기에 어떨 것이란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올 상반기 실적에는 16메가D램 값이 개당 30달러이상으로 비교적 높았던
1.4분기의 판매이익이 포함돼 있다.

그러니까 1.4분기에는 돈을 좀 벌었는데 2.4분기부터 이를 까먹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반도체 값이 하락세를 멈추고 현재의 값을 유지한다고 해도
올 하반기 실적은 나빠질 수 밖에 없다.

더우기 각 메이커들의 증산물량이 워낙 많다는 점에서 하반기 전망은
비관론이 우세하다.

반도체의 수요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배나 늘어났고 한일 반도체
메이커들이 한꺼번에 감산에 나서는 극약처방도 했지만 늘어나는 증산물량을
소화하지는 못하고 있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대만 반도체업계가 생산을 개시한다.

"올 하반기에는 손익분기점만 유지해도 다행"(삼성전자 L이사)라는
한숨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각 메이커들이 단기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보다 적극적인
감산정책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대로라면 16메가D램의 실질적인 손익분기점인 1메가당
0.7달러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경우 각 메이커들은 모두 적자를 보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편 LG전자 대우전자 등 가전메이커는 올 상반기에 각각 783억원과
253억원의 이익을 남겨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4.7%와 1.6%씩
증가했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