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의 하나인 반도체 가격이 폭락하여 우리경제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반도체가 호황을 누리던때에는 "경제는 순환하게 마련"이라는 법칙이
반도체만은 예외일 것 같았고, 더욱이 반도체가 이렇게 빨리 불황에
빠지리라고는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반도체업계는 호황기에 경쟁적으로 설비를 증설하다가 반도체의 수요예측이
빗나가 공급과잉이 초래되자 불안심리까지 가세, 판매경쟁을 벌임으로써
가격폭락을 가속화시킨 것이다.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다면 다행이지만, 기업이 눈앞의 이익을
너무 좇다보면 돌이킬 수 없는 난국에 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새겨 봐야 할 것이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기술 경영 마케팅등 복합적인 요인이 조화를 이루어
힘이 합쳐져야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우리나라 반도체가 호황을 누렸던 것도 정부주도하에 업계의 공동연구로
서로 힘을 합쳐 선진국 기술을 따라 잡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는 기술력의 한계보다는 경영능력에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요즘 기업경영의 중점은 경영에 대한 비전과 철학보다, 기술력과 마케팅에
치우치고 있는 것 같다.

세계경제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파악, 대처하려면 전문기술뿐아니라 마땅히
경영능력과 경영철학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반도체업계가 심도있는 경영능력과 경영철학을 배양하는데 보다 더 노력을
기울인다면, 세계의 경제상황에 보다 영향을 덜 받으며 세계반도체시장을
움직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김이환 < 충북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