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후 석달, 법정일을 한달이상 넘기는 우여곡절에 국민이 실망을
했어도 역대 어느 국회보다 막중한 책임을 진 15대 국회는 마침내
의원선서와 함께 대통령의 축하속에 8일 개원, 첫 회기에 들어갔다.

아마도 개원진통은 헌정사에서 스스로 떠맡지 않을수 없는 무거운 짐때문에
그리 아팠는지 모른다.

김수한의장 개회사, 15대 국회는 크게 세가지 점에서 사명이 남다롭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구성원들의 의사와 무관, 오로지 시의에서 오는
말그대로의 운명이다.

새국회의 가장 큰 임무랄수 있는 21세기의 준비가 그렇고 통일을 향한
착실한 준비가 그러하며 대선을 통한 정권 교 에 있어 일정한 역할분담
또한 피할수 없는 15대 국회의 사명인 것이다.

새국회 임기는 2000년 5월29일, 통합선거법에 명문규정이 있다.

한 세기의 원년, 다시 말해 21세기 첫해는 2000년 2001이란 두 견해가
엇갈린다.

만일 전자라면 15대 국회는 분명 20세기 마지막 국회인 동시에 새세기에
진입하는, 21세기 첫 국회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설령 2001년이 21세기의 첫해라 하더라도 구세기를 마감하고
신세기로의 진입을 준비하는 실질적 역할은 15대국회의 몫임을 피할래야
피할 길이 없다.

언어의 유희가 아니다.

세계사에서 18세기 계몽, 19세기를 과학의 세기로 특징짓듯 각기 20세기와
21세기가 갖는 의의와 표방 시대정신은 다를 것이다.

따라서 세기의 교체기에 일정한 역할을 맡은 동시대인, 그중에도 각 분야
에서 비중을 갖는 개인이나 기관일수록 그처지에 응분하게 지나가는 1세기와
앞에 올 1세기가 인류를 위해 소망스런 세기가 될수 있게끔 각자 노력하고
합심 협력할 책무를 가져 마땅하다.

한나라의 국회라고 하면 개개인의 영역을 떠한 사회나 국가적으로 금세기가
완성하고 넘어갈 시대사명, 새세기가 펼칠 지향 목표와 그 접근방법에 있어
정부를 후원 견제함은 물론 민간-정부 기구들의 활동을 촉구하고 주문하는
시대적 사명을 통감하고 또 자감해야 옳다.

두번째는 통일준비다.

반세기 분단 조국의 재통일을 위해, 더욱이 김일성 사후만큼 국회의 적극
기여가 아쉽던 적이 또 있었던가.

그에 14대 국회가 이뤄낸 성과는 과연 무엇인가.

이런 기대는 지난 국회보다 금후 4년 15대국회에 훨씬 더 집중될 것임을
확신한다.

세번째, 정권교체기의 새국회 역할은 위 두가지보다 하찮게 비칠지 모르나
기실 가장 어려운 과제일수 있다.

현국회 4년 임기에서 98년 2월의 현대통령 퇴임까지 1년8개월은 43%에
해당한다.

57%가 차기정권 기간이다.

현정부가 잔여사명을 다 하고 물러나고, 그뒤 올바른 평가를 받기 위해
무엇이 과연 긴요한가, 거기 15대국회의 몫은 얼마큼인가.

역사란 되풀이되는가.

아무도 확답은 못한다.

그러나 국민의 바람, 역사의 발전에는 악은 단절되고 선은 순환되길
갈망한다.

이번 회기부터라도 새국회는 역사의식을 가지고 그 좌표를 읽으며 최선을
쏟아 국민에 보답하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