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기획] 컴퓨터-반도체경기 동반등락 왜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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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메모리 반도체의 "2인3각"시대는 끝났는가.
컴퓨터와 메모리 반도체의 올 상반기 시장 동향에 대해 업계가 던지는
의문이다.
올들어 "컴퓨터 경기=메모리반도체 경기"의 공식이 들어맞지 않고 있어서다.
세계 컴퓨터 업체의 매출은 상향 곡선을 그리는데 반해 메모리 반도체
업체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
컴퓨터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수요시장이다.
컴퓨터가 잘팔린다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 장사가 잘된다는 말로 통했었다.
그러나 올해초부터 시장이 이상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도체 수요는 느는데 메이커는 맥을 못추는 이상기류가 형성된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반도체의 공급과잉.
PC 수요가 느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반도체 공급량이 증가하고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의 골치를 썩이고 있는 공급과잉 물량은 "수요보다
5% 많은 정도"(반도체 산업협회 김치락 부회장)에 지나지 않는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 정도는 시장 자체에서 소화할 수 있는 물량"(전자산업진흥회 이상원
부회장)이다.
그런데도 메모리 반도체와 PC의 경기지표가 반비례로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실과 바늘"의 관계였던 메모리 반도체와 컴퓨터가 결별의 수순을
밟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로 등을 돌린게 아니다.
구조조정기를 겪고 있을 뿐이다.
바로 반도체 시장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 마켓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
사실 올들어 발생한 반도체 공급과잉은 메이커들의 증산보다는 PC업체들의
경영 패턴이 달라진데 더 큰 원인이 있다.
세계 PC시장은 올해도 그렇지만 작년과 재작년이 활황이었다.
486과 586 PC가 잇따라 나오면서 컴퓨터 수요가 폭발했다.
따라서 각 업체들간의 경쟁도 심화됐다.
경쟁은 두가지 분야에 집중됐다.
가격경쟁력과 어느 업체가 고기능 제품을 적기에 내놓는가(timely supply)
를 둘러싼 것이었다.
PC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메모리 반도체 확보에 열을
올렸었다.
메모리 반도체는 PC제조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원가구성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갖고 있는 것이 메모리반도체인 셈이다.
그런데 반도체 수요초과 현상이 심화된 작년에는 정상적인 가격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았다.
또 시장 상황에 따라 순발력 있게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는 메모리 반도체를
확보해 놓는게 필수적이었다.
따라서 재고로 쌓아 놓는 한이 있더라도 메모리 반도체를 일단 사들이고
보자는게 PC메이커들의 일반적인 추세였다.
올들어서는 이 패턴이 달라졌다.
"작년까지는 수요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 재고를 평균 6주정도 안고 있었다.
그런데 올들어서는 5일이상을 재고로 쌓아놓지 않으려 한다"(삼성전자
C이사)는 것.
그 이유는 연중 최대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던 작년말 PC시장이
예상외로 침체됐기 때문이다.
미국 PC업체들은 이때 당초 판매 목표의 50%에 못미치는 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PC메이커들은 엄청난 양의 메모리 반도체를 재고로 쌓아 놓게 됐고 추가
매입을 미루게 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지난 3월이후 수요업체들의 재고 처분이 끝나고 수요가 늘어나는 데도
반도체 가격의 하락세는 멈추지 않았다.
PC메이커들이 반도체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심리를 갖고 메모리
반도체 구입을 뒤로 미뤘기 때문이다.
결국 반도체 값은 작년말의 3분의 1수준인 개당 16달러선으로 떨어졌다.
생산의 탄력성이 없는 반도체가 수요업체의 버티기에 밀린 것이다.
그러나 PC가 메모리 반도체를 완전히 제압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미국 컨설팅 업체인 메릴린치사는 최근 "올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반도체 값이 떨어진 덕분에 올초와 같은 값으로 PC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를 두배나 늘릴 수 있게 됐다는 것.
따라서 윈도 NT등 높은 기억용량을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가 나올 올
하반기에는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이 내려가면서 메모리를 이용한 PC의 성능경쟁이 치열해지고
이를 토대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경기가 다시 살아날 것이란 얘기다.
메모리 반도체가 올 하반기에 PC 시장을 견인하면서 다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8일자).
컴퓨터와 메모리 반도체의 올 상반기 시장 동향에 대해 업계가 던지는
의문이다.
올들어 "컴퓨터 경기=메모리반도체 경기"의 공식이 들어맞지 않고 있어서다.
세계 컴퓨터 업체의 매출은 상향 곡선을 그리는데 반해 메모리 반도체
업체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
컴퓨터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수요시장이다.
컴퓨터가 잘팔린다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 장사가 잘된다는 말로 통했었다.
그러나 올해초부터 시장이 이상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도체 수요는 느는데 메이커는 맥을 못추는 이상기류가 형성된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반도체의 공급과잉.
PC 수요가 느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반도체 공급량이 증가하고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의 골치를 썩이고 있는 공급과잉 물량은 "수요보다
5% 많은 정도"(반도체 산업협회 김치락 부회장)에 지나지 않는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 정도는 시장 자체에서 소화할 수 있는 물량"(전자산업진흥회 이상원
부회장)이다.
그런데도 메모리 반도체와 PC의 경기지표가 반비례로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실과 바늘"의 관계였던 메모리 반도체와 컴퓨터가 결별의 수순을
밟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로 등을 돌린게 아니다.
구조조정기를 겪고 있을 뿐이다.
바로 반도체 시장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 마켓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
사실 올들어 발생한 반도체 공급과잉은 메이커들의 증산보다는 PC업체들의
경영 패턴이 달라진데 더 큰 원인이 있다.
세계 PC시장은 올해도 그렇지만 작년과 재작년이 활황이었다.
486과 586 PC가 잇따라 나오면서 컴퓨터 수요가 폭발했다.
따라서 각 업체들간의 경쟁도 심화됐다.
경쟁은 두가지 분야에 집중됐다.
가격경쟁력과 어느 업체가 고기능 제품을 적기에 내놓는가(timely supply)
를 둘러싼 것이었다.
PC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메모리 반도체 확보에 열을
올렸었다.
메모리 반도체는 PC제조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원가구성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갖고 있는 것이 메모리반도체인 셈이다.
그런데 반도체 수요초과 현상이 심화된 작년에는 정상적인 가격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았다.
또 시장 상황에 따라 순발력 있게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는 메모리 반도체를
확보해 놓는게 필수적이었다.
따라서 재고로 쌓아 놓는 한이 있더라도 메모리 반도체를 일단 사들이고
보자는게 PC메이커들의 일반적인 추세였다.
올들어서는 이 패턴이 달라졌다.
"작년까지는 수요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 재고를 평균 6주정도 안고 있었다.
그런데 올들어서는 5일이상을 재고로 쌓아놓지 않으려 한다"(삼성전자
C이사)는 것.
그 이유는 연중 최대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던 작년말 PC시장이
예상외로 침체됐기 때문이다.
미국 PC업체들은 이때 당초 판매 목표의 50%에 못미치는 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PC메이커들은 엄청난 양의 메모리 반도체를 재고로 쌓아 놓게 됐고 추가
매입을 미루게 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지난 3월이후 수요업체들의 재고 처분이 끝나고 수요가 늘어나는 데도
반도체 가격의 하락세는 멈추지 않았다.
PC메이커들이 반도체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심리를 갖고 메모리
반도체 구입을 뒤로 미뤘기 때문이다.
결국 반도체 값은 작년말의 3분의 1수준인 개당 16달러선으로 떨어졌다.
생산의 탄력성이 없는 반도체가 수요업체의 버티기에 밀린 것이다.
그러나 PC가 메모리 반도체를 완전히 제압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미국 컨설팅 업체인 메릴린치사는 최근 "올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반도체 값이 떨어진 덕분에 올초와 같은 값으로 PC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를 두배나 늘릴 수 있게 됐다는 것.
따라서 윈도 NT등 높은 기억용량을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가 나올 올
하반기에는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이 내려가면서 메모리를 이용한 PC의 성능경쟁이 치열해지고
이를 토대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경기가 다시 살아날 것이란 얘기다.
메모리 반도체가 올 하반기에 PC 시장을 견인하면서 다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