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체들의 연쇄파업이 노.노 갈등 등으로 좀처럼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상적인 조업을 해온 업체들도 잇따라 쟁의에 돌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사상 유례없는 자동차 업체들의 동시 파업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 아시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이 파업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상 조업을 해온 대우자동차 노조가 27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쟁의에 들어가기로 결의했으며 현대자동차와 현대정공
노조도 28일 쟁의발생신고서를 냈다.

이로써 노조가 결성돼 있지 않은 대우중공업 국민차사업 부문을 제외한
전 완성차업체가 동시분규에 휘말리게 됐다.

대우자동차 노조는 28일 쟁의대책위 회의에서 조업을 계속하되
잔업은 거부하며 협상에 임한다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작업중지권
<>주 40시간 근로제 <>징계위 노사동수 구성 <>무노동 무임금 철폐 등에
관한 노사간 의견차이가 워낙 커 단계적으로 쟁의에 돌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임금협상만 하도록 돼 있으나 노조측은 <>직무수당
신설 <>일부 직종 근로자들의 월급제 전환 <>초과 근무수당 조정 등
"기타 요구안 및 보충협약 요구안"을 내세우고 있으며 이들 요구안과
임금 인상폭에 대해 노사간 의견이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현대자동차 노조는 현대그룹노조총연합 (현총련) 차원의
쟁의 집중방침에 보조를 맞춘다는 입장이어서 냉각기간이 끝난 7월초께
쟁의에 들어갈 가능성이 큰 실정이다.

지난 17일 파업에 들어간 이후 12일째 작업이 중단되고 있는
기아자동차는 노사간 잠정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에서 한차례 부결된뒤
27일 2차 투표에서 임금인상안이 또다시 부결돼 조업 정상화 일정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19일부터 쟁의에 들어간 아시아자동차 역시 노사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된 뒤 부분조업 상태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모기업인
기아자동차의 타결 지연에 영향을 받고 있는데다 노조내 갈등 양상마저
보이고 있어 파업 재연이 우려된다.

지난 21일 쟁의돌입 결정 이후 26일부터 작업이 전면 중단되고 있는
쌍용자동차는 노조내 반발세력에 의해 노사간 잠정합의안이 찬반투표에
올려지지도 못한 상태여서 회사측으로서는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와 아시아 쌍용등의 파업이 장기화됨에 따라 이들
업체가 지금까지 입은 생산차질액수만도 4천억원에 이른다"며 "엔화
약세에다 선진국의 통상압력까지 가중되고 있는 마당에 사상 유례없는
동시파업까지 일어난다면 국내 자동차업계는 회복불능의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정종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