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수출부진이 계속되면서 대기업들의 단기운전자금사정이 크게
나빠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기업어음(CP)을 대거 발행하고 은행당좌대출을
늘리고 있다.

28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수출부진으로 단기자금사정이
악화된 대기업들이 당좌대출을 일으키면서 은행당좌대출잔액은 지난 24,
25일 이틀동안만 무려 1조6천억원 증가했다.

당좌대출은 지난 5월 한달동안 8천5백72억원 감소했었다.

또 그동안 자금사정이 좋아 CP를 거의 발행하지 않았던 삼성그룹 현대그룹
대우그룹등 국내 대표적 대기업의 계열사들이 이달들어 각각 3백50억~
1천2백억원어치의 CP를 발행했다.

금융계에서는 이들 대기업이 지난해부터 계속된 경기호전으로 CP는 물론
당좌대출도 대부분 상환한 상태였으나 최근 수출부진이 이어지면서 단기
운전자금을 대거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관계자는 이와관련, "하반기 경제전망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국내
대표적 대기업들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금융자산을 그대로 보유한채
당장 필요한 단기운전자금은 금융기관을 통해 조달하는 관행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자금팀관계자도 "올해초 은행들에 예치한 예금은 4천억원에
달했으나 반도체가격하락 등으로 이중 1천억원가량을 이미 찾아썼다"며
"최근 들어선 단기부족자금을 메우기 위해 당좌대출을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국내기업들의 수출단가는 작년 5월에 비해 평균 10.3%하락했다.

특히 반도체가격은 55.4%나 폭락했으며 전자제품과 화공품의 수출가격도
각각 35.6%와 18.4%떨어져 이들 기업의 단기운전자금사정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