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의류사업본부 "토파즈(TOPFAS)"팀의 이미석 대리(여.35).

대리점 또는 직영점의 판매요원들에게 고객대응법을 가르치는일을 맡고
있는 그녀는 사내에서 "친절을 가르치는 호랑이"로 통한다.

친절도 평가에서 나쁜 점수를 받은 점포에 대해선 가차없이 휴업명령을
내리는등 친절문제에 관한한 관용을 배제하는 그녀의 일처리가 갖다준
별칭이다.

아버지 뻘되는 50대 중반의 점장까지도 불러세워 인사훈련을 시킬
정도로 그녀의 친절교육은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토파스팀은 전국 매장에서 가장 친절하다는 평가를 받은(TOP) 7명의
여성 패션어드바이저(fashion adviser)로 구성된 친절교육팀.

매장직원들에게 서비스교육을 시키는게 토파즈팀의 업무다.

이 팀의 리더(팀장)가 바로 이대리다.

그러니까 이대리는 "제일모직 친절학교"의 "교장선생님"쯤 되는 셈인데
그녀는 학교를 잘 운영한 공로로 지난해 "자랑스런 삼성인 상"을 받기도
했다.

이대리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친절에도 급수가 있다"는 것.

"그저 웃는 낮으로 대한다고 해서 고객들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들의 마음을 진짜 편하게 해주기 위해선 아이섀도우 스타킹
루즈등 화장과 옷매무새에도 세심한 배려를 해야한다"고 그녀는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봄.여름에는 오렌지색 아이섀도우를, 가을.겨울에는
밤색을 사용하는게 좋다"고 덧붙였다.

이대리와 토파스요원들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티스트 인사법이라는
새로운 인사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제일모직 일선 점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이 인사법은 곡선을 중시하는게
특징.

이대리는 "기존의 딱딱 부러지는 인사법은 고객들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기 어렵다고 판단돼 허리를 다소 둥글게 굽히는 신인사법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허리를 굽히는 각도도 가볍게 인사할 때는 15도, 다소 정중한 인사는
30도, 칭찬을 받거나 클레임을 제기당했을 때는 45도등으로 차이를 둔다.

토파즈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하티스트 친절서비스"라는 책을 발간해
친절교육 교재로 삼고 있다.

이대리와 토파즈팀이 유명한 것은 그러나 교육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교육에 이은 평가가 그들을 더욱 주목받게 했다.

친절도 평가는 통상 2인1조로 나가는 암행감사를 통해서 한다.

토파즈요원들이 손님을 가장해 점포를 방문하는 것.

"용모는 깔끔한가" "인사는 제대로 하고있는가" "매장정리는 잘 돼
있는가" 등이 평가기준이다.

요란한 화장을 한 여직원이 발견되거나 수염을 깍지않은 점원이
있으면 여지없이 1일 휴업과 함께 특별교육 명령이 떨어진다.

물론 친절우수매장에는 해외여행등의 특전을 준다.

이대리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친절을 느끼도록 하려면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전제돼야한다"고 지적했다.

"고객의 입장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고객이 아무리
까다롭게 굴더라도 친절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고객감동의 첫걸음"이라고 이대리는 말한다.

<손상우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