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 30여명은 23일 하오 용인 에버랜드내 인력개발원
창조관으로 모였다.

24일 새벽까지 계속될 마라톤식 "신경영 세미나"에 참석키 위해서다.

이날 세미나는 "신경영 1기의 성과를 점검하고 2기의 목표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비서실 관계자)라는 게 그룹측 설명이다.

특히 사장단들은 분임토의 형식을 빌어 자유롭게 각 계열사별 "신경영"의
현황과 앞으로의 비전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사장단은 이달초 용인국제연수원과 일본에서 연속적인 세미나를
가진데 이어 한달새 두번씩이나 한자리에 모여 토론회를 갖게 된 것이다.

삼성의 강점이 조직적인 교육시스템이란 것을 감안하면 "필요할땐"
사장들도 그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번 두차례의 세미나는
확인해주고 있다.

특히 월초의 세미나는 대그룹 사장단이 동시에 일주일간 자리를 비운
것과 세미나 형식과 내용도 파격적이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룹 인력개발원에서 주관한 일본 경영세미나 내용을 참가했던 삼성그룹
사장들의 기억을 빌어 재구성한다.

사장단 세미나의 공식적인 테마는 "열린시대 글로벌 경영인"이었다.

"그러나 사실상 이번 사장단 세미나의 목적은 디자인체험교육"(K사장)
이었다고 한다.

"최고경영자가 디자인 마인드를 가져야 좋은 디자인제품이 나올
수 있다"(인력개발원 관계자)는 판단에서다.

이번 세미나에선 문서화된 교재가 일체 없었다.

대신 각자가 소지한 휴대용컴퓨터와 디스켓이 교재를 대체했다.

"이번 연수의 핵심은 일본연수"(H전무)였다.

4일째 되던 날 오전 사장단은 본관 28층에서 현명관그룹비서실장의
강의를 듣고 도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2대의 비행기에 분리 탑승한 것은 물론이다.

이는 이병철회장 때부터 지켜져 온 철칙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리스크를 분산키 위한 것이다.

첫날은 아세아 브라운 보베리(ABB)사와 제록스사의 경영혁신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가 있었다.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경영관리를 전공하는 야하기교수와 시마구치교수가
각각 강사로 나왔다.

"비즈니스 스쿨에서 사용하는 토론형 강의방식으로 진행됐다"(L부사장)는
게 특징.

둘째날은 KAIST 이건표교수가 강사로 나와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했다.

하이라이트는 이날 오후에 있었던 선진디자인 체험 교육.

"도쿄 시나가와구의 디자인센터를 비롯 마쓰야 긴자 디자인 컬렉션 코너,
엑시스디자인 갤러리, 암룩스 도요타자동차전시장,아키하바라의 야마기와
전시장 등 6개소를 자유로 선택해 견학했다"고 참가자들은 전하고 있다.

또 디자인이 가장 잘됐다고 판단되는 제품을 하나씩 구입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구입한 제품을 한 데 모아놓고 서로 구입이유와 상대방 제품을 품평하는
자리였다.

"촛대를 구입한 사장도 있었고 컵이나 나이프를 산 사람도 있었다.

인체공학적 디자인과 실용적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일본보다 유럽, 특히 이탈리아쪽의 디자인이 탁월했다"(P사장)는 게
사장들의 평.

다음날은 선진기업에 대한 벤치마킹.

도시바와 아이와가 대상기업으로 선정됐다.

"도시바의 탈가전 경영전략이 흥미를 끌었다"(S부사장)

< 이의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