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EU간의 통신협상 타결로 외국 통신장비업체의 국내시장 잠식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개방대상 기관이 한국통신 하나뿐이지만 이회사가 구매하는 통신장비
가 국내 전체의 85%를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국내시장 전체를 열어준 것과
마찬가지여서다.

또 지난 92년 체결된 한미통신협정에 따라 국내통신장비 시장이 미국업체에
개방된데 이어 유럽기업들이 내년부터 국내에 상륙하고 뒤이어 캐나다나
일본업체의 한국시장 개방공세도 뒤따를 전망이다.

특히 통신전문가들은 이번 한.EU통신협상 타결이 캐나다나 일본업체에
대한 자동적인 문호개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미국이나 EU와 같은 대우를 내세우면서 시장개방을
요구해 오면 이를 들어주지 않을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캐나다는 비공식적으로 이같은 뜻을 내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경우 국내시장은 미국 유럽 일본 캐나다의 업체들이 상당부분 잠식하고
게다가 여러기종이 뒤섞인 "통신장비전시장"이 돼 통신망 운영의 혼선까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한국측이 이번 협상에서 너무쉽게 EU측 요구를 수용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통신장비의 기능이 국내기준에 맞는가를 점검하는 인증시험 절차를 크게
줄여 주기로 한 것이나 EU측 개방대상기관을 축소해준 점 등을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인증절차 간소화는 오는6월 후속협상에서 세부적인 절차를 논의할 예정
이다.

이는 국내업체가 유럽에 진출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때 일방적으로
EU측에 유리한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또 기존 통신망과의 연동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할 경우 통신망운용에
지장을 받게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통부측은 이와관련 "한국통신이 장비운용에 지장이 초래될 경우 외국
장비 구입을 거절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EU는 이스라엘에 대해 민간통신사업자를 포함, 15개국 37개사업자를
개방대상으로 하는 내용의 통신장비시장 조달협정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최혜국대우" 원칙에 따라 우리나라도 EU의 시장개방대상을 15개국
37개사업자로 정하는 것이 가능했으나 우리가 너무 쉽게 포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정건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