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공정거래법 개정 방향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더욱 높이면서 각 분야의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우선 기업 투명성 제고 방안은 최근 재정경제원을 축으로 범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소위 신대기업 정책의 일환이라고 볼수 있다.

특히 오는 2001년까지 30대 기업집단 계열사간 상호 채무보증을 완전히
해소토록 한것 것은 상당히 강도가 높은 대기업 정책으로 주목을 끈다.

30대 기업의 상호보증은 지난 93년 평균 3백42%에 달했으나 지난4월말에는
평균 52.6%까지 낮아진 상태이다.

공정위는 그러나 이 정도로는 여신편중 계열사간 보증관행이 없어지는데
부족하다고 보고 아예 이를 금지키로한 것이다.

11대이하 기업집단에 대한 여신규제도 철폐된 만큼 상호채무보증을 더이상
합법의 테두리에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기업 투명성 제고 방안과 관련, 가장 특징적인 것은 역시 금융분야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 강화 부분이다.

현 공정거래법은 많은 부분에서 보험을 포함한 금융기관에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출자총액 제한, 채무보증제한등 공정거래법의 양대 규제에서 빠져있을뿐
아니라 기업결합신고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재판매가격유지 행위등에서도
자유롭다.

각 개별법에서 소유제한을 비롯, 각종 제한이 이미 가해지고 있기 때문
이라는게 그 이유다.

그러나 최근들어 대기업들의 금융기법이 다양해지고 교묘해짐에 따라
현재의 법체계를 빠져 나가는 탈법적인 금융관행이 상당히 만연하고
있었던게 사실이다.

삼성그룹의 기아자동차 주식매집으로부터 시작해 현대그룹의 기아자동차
주식매입, 동부그룹의 한농인수, 현대그룹의 국민투자신탁 주식 매입등은
위법은 아니면서도 경영권 장악을 위한 편법적인 행위로 문제가 됐었다.

이번에 기업결합신고 대상에 금융기관을 포함시켜 금융기관을 동원한
부당한 매수합병(M&A)을 막고 계열사간 자금거래를 내부거래에 새로 포함
시킨 것, 또 금융업에 대해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 부분을 줄여
나가기로한 것 등도 이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 경쟁촉진을 위한 규제완화작업등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의해
이루어져온 각종 경쟁제한행위와 불공정행위를 시정한다는 공정위 본래의
취지와 내년부터 본격화될 경쟁라운드(CR)에 미리 대비한다는 두가지 목적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CR이 올해말부터는 다자간 협상체계로 본격화될 가능성이 매우 커
국내제도를 이에 맞는 경쟁체제로 시급히 전환해야 할 입장이다.

어쨌거나 대기업들은 공정위의 이같은 방침들로 인해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그러나 두 전직 국장이 비리와 관련, 구속된데 따른 부담으로 서둘러
업무 추진방안을 마련하는 바람에 세부적인 추진 계획없이 이미 여러차례
제시된 문제점에 대해 막연한 방향만을 제시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공정거래법 적용예외분야의 축소가 대표적인 부분이다.

또 금융기관을 기업결합 신고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것도 재정경제원과
아직 협의조차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해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경제계에선 공정정책만을 놓고 보면 이같은 방향의 선택이 불가피하지만
공정정책이 대기업정책의 일환인 만큼 다른 분야에서의 규제완화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김선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