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는 "이제 비자금파문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이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실명제를 위반한 일부
금융계인사들에게 최대한 관용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김용진 은행감독원장도 이날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사건과 관련해 은행등
금융기관들에 대해 특별검사를 실시해 관련 임직원을 문책조치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혀 앞으로도 이 사건과 관련된 파장이 최소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에 관련된 금융계 인사들에 대한 처벌은 이날 검찰이
밝힌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사법처리를 밝힌 금융계인사는 <>박계동의원의 국회발언을 확인해준
이우근신한은행 융자지원부장(약식기소) <>대우그룹의 변칙실명전환을 도와
준 염영태신한은행 전서대문지점장(약식기소) <>이태진씨의 변칙실명전환에
관여한 안익조상업은행 전효자동지점장(약식기소) <>우일양행 하종욱씨에게
예금거래상황표를 건네준 김신섭신한은행 수지지점장차장(기소유예)등 4명에
불과하다.

약식기소는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며 기소유예는 법적인 처벌을 받지않는
것이므로 금융계 인사들중에는 실형을 받는 사람은 없는 셈이다.

이들 4명은 이에 따라 정직 감봉등 경미한 처벌에 그칠 전망이다.

두차례에 걸쳐 검찰의 소환을 받았던 나응찬신한은행장등 이번 사건으로
조사를 받았던 현직 임원급이상 인사들에 대해서는 검찰이 사실상 ''무혐의''
판정을 내림에 따라 앞으로 뜻밖의 변수가 돌출하지 않는한 ''현직''을 유지
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지난달 29일 김영삼대통령이 한일은행과 상업은행등
시중은행을 전격 방문할 때부터 이번 비자금사건이 금융계에는 별다른 파문
을 일으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금융계 인사들의 경우 노씨의 비자금
과 관련해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은 당연하도"고 말했다.

검찰의 발표로 가장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는 곳은 후발 은행들이다.

후발 은행들은 검찰의 수사가 한창 진행중일때 ''노전대통령 임기중 신설된
후발은행들이 거액의 뇌물을 준혐의가 드러나 검찰이 전.현직 은행장을
소환조사할 것''이란 루머에 시달려왔으나 이날 검찰발표로 아무런 혐의가
없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후발은행중 6공당시에 선임된 행장이 아직도 현직에 남아있는 평화은행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검찰 소환설로 시달려온 게 사실"이라며 "이제 평화
은행이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밝혀진 만큼 직원들도 새로운 각오로 일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금융계는 그러나 이원조 전은행감독원장이 이번에도 불구속기소된데 대해서
는 다소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씨가 불구속기소된 것은 이씨만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계가
''무혐의''로 판정받은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며 "이씨로 인해
금융계가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왠지 감추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감독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금융기관들에 대해 특별검사에
나서지 않고 앞으로 실시되는 정기검사에서 "문제가 있다면 처벌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당장 금융계에 문책바람이 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