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로 한국건설업체가 해외에 진출한지 만 30년이 됐다.

지난 65년 11월25일 현대건설이 태국의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공사를
첫 수주한 이래 우리 건설업체들은 세계 각국에 진출, 수많은 공사를
수행했다.

중동에서부터 동남아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해외건설시장에서
건설업체들이 땀으로 벌어들인 외화는 한국의 경제발전을 이루는데 크게
기여해왔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건설업체들은 지금 해외건설 제2의
황금기를 개척해가고 있다.

이에따라 수주액수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물론 수주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부실공사시비 비자금파문 등 안팎으로 여러 어려움에
시달리면서도 경쟁력 강화전략을 세우는 등 선진건설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11월22일 현재 우리나라 해외건설수주 누계는 3,417건 1,188억달러에
달한다.

수주누계를 기준으로 할때 세계 7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 건설업체가 해외에서 수주한 공사 가운데 1억달러이상 공사가 230건
이며 5억달러이상 대형공사도 21건에 이른다.

진출국가는 총 78개국이다.

이중에 우리 건설업체가 가장 많은 공사를 수주.시공한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선 무려 1,315건 504억7,200만달러의 공사를 수주했다.

이어 리비아에서 203건 204억2,400만달러, 이라크에서 71건 64억5,000만
달러, 말레이시아에서 136건 56억6,200만달러, 싱가포르에서 105건 55억
1,300만달러의 공사를 각각 수주했다.

현재 해외건설 등록업체는 모두 351개사를 헤아린다.

이들 등록업체중에서 실제로 해외에 진출해 공사를 시공한 경험이 있는
업체는 149개사이다.

공종별 수주실적을 보면 건축공사가 1,453건 491억8,600만달러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토목공사 1,050건 451억8,900만달러, 기계공사 522건 184억
8,600만달러, 전기 통신공사 194건 46억5,700만달러등이다.

우리건설업체들은 지금도 64개사가 47개국에서 465건 378억달러의 공사를
시공하고 있다.

해외건설공사 수주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지난 81년이다.

당시 중동건설특수에 힘입어 한해에 136억달러의 공사를 따내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82년에 133억달러, 83년에 101억달러, 84년에 65억달러등으로 수주
액수가 감소하다가 88년엔 불과 16억달러에 머물렀다.

해외건설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3년부터이다.

동남아각국에서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늘리면서 우리 건설업체들이 동남아
건설시장에 대거 진출, 93년 수주액을 51억달러로 끌어올렸다.

특히 지난해에는 수주액수가 74억달러로 늘어났고 올해에도 11월 22일현재
수주액이 이미 71억달러를 기록, 해외건설 제2의 황금기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예고하고 있다.

해외건설이 그동안 한국경제발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지난 30년동안 250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여 경제발전에 직접적 기여를
했고 연 270만명의 고용창출로 경제안정에 큰 보탬이 됐다.

신기술도입및 개발로 건설산업의 고도화를 이루어냈으며 건설기자재 금융
보험 운송등 관련산업의 국제화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수단 요르단 리비아 예멘 이라크 가봉 나이지리아등 중동과 북아프리카
미수교국과 국교를 맺는데 나름대로 기여한 공적도 간과할수 없는 부문이다.

우리건설업체들은 또 리비아대수로, 싱가포르의 레플즈시티, 말레이시아의
페낭대교등 기념비적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심는데 공헌했다.

물론 우리 건설업계가 해결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들 과제는 대부분 해외건설의 양적 팽창에서 질적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들이다.

우선 지적될수 있는 문제점은 수주지역의 편중이다.

70년대부터 80년대초까지는 수주지역이 중동에 편중돼 있었으나 이젠 해외
공사의 60%정도를 아시아지역에서 따내고 있다.

이처럼 특정지역에 편중된 수주는 필연적으로 한국건설업체들간의 과당
경쟁을 유발한다.

조금씩 개선돼 가고는 있으나 수주공종이 대부분 토목 건축등 단순공사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함께 엔지니어링및 설계능력에서 건설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는 것도
해결해야할 과제의 하나이다.

이처럼 업계 자체가 해결해야할 과제와 함께 제도적 측면에서의 개선도
뒤따라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시공사 자금조달을 조건으로 발주되는 공사가 많아지는
추세인 만큼 해외건설공사 자금조달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의견이다.

< 이정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