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은 27일 자신의 재임기간중 5천억원의 통치자금을 조성,
퇴임당시 1천7백억원이 남았다고 밝혔다.

노전대통령은 이날 오전 연희동자택에서 비자금파문과 관련, 발표한
대국민사과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필요하면 당국에 출석해 조사도
받겠다고 말했다.

노전대통령은 그러나 비자금 조성경위와 대통령 선거자금 지원등
사용처및 비자금 잔액소재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노씨는 사과성명에서 "재임5년간 주로 기업인들로부터 성금으로 받아
조성된 5천억원을 저의 책임아래 대부분 정당운영비등 정치활동에 사용하고
일부는 그늘진 곳을 보살피거나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분들을 격려하는데
보태고 퇴임당시 1천7백억원이 남았다"고 밝혔다.

노전대통령은 그러나 구체적인 비자금 사용처에 대해선 밝히지 않은채
"엄청난 액수가 남은 것은 대선당시 중립내각 출범등 당시 정치상황의
변화때문"이라고만 말했다.

노전대통령은 "비자금을 조성한 것도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유용하게
처리하지 못한 것은 더더욱 큰 잘못이며 이는 전적으로 저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며 "필요하다면 당국에 출석, 조사도 받겠다"고 밝혔다.

노전대통령은 "국민이 내리는 어떤한 심판도 달게 받고 어떠한 처벌이나
돌팔매질도 기꺼이 감수하겠으나 저외의 어느 누구도 상처받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전대통령은 "특히 치열한 국제경쟁력을 이기기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니는
기업인들의 의욕을 꺾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게 간절한 마지막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비자금잔액에 대해 노전대통령은 "나라와 사회에 되돌려 유용하게 쓰도록
할 생각이었으나 여러 상황으로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했다.

노전대통령은 성명 말미에 "국민 여러분의 상처받은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랠드릴 수 있고 속죄의 길이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며 "재삼 국민
여러분앞에 무릎 꿇고 깊이 사죄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 김호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