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취업전선이 대입제도 개혁을 방불케하는 일대 변혁을 잉태한채
그 윤곽을 드러냈다.

대부분의 30대 대기업그룹들을 비롯한 상당수 업체들이 필기시험을 전격
폐지키로 한 것.

기업들은 대신 면접과 외국어에 대한 평가비중을 강화할 계획이다.

대다수 업체는 또 토익(TOEIC)이나 토플(TOEFL)같은 영어능력 측정시험의
성적표를 요구하고 있다.

몇몇 대기업들은 수험생들의 사회봉사활동 경력을 합격여부를 가름하는
중요 잣대로 삼는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수험생들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변화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단순히 선발제도 변화라는 외양만을 보아서는
곤란하다"며 "기업들이 왜 선발시스템을 바꿨는지 그 속을 들여다보고 그에
맞춰 수험에 임해달라"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기업들이 신입사원 선발제도를 변혁한 것은 "필요로 하는 인재상
이 달라졌기 때문"이란 얘기다.

채용방식의 변화는 기업들의 경영패턴이 과거의 "돌격 앞으로형"에서
"좌고우면형"으로 변천돼가고 있다는 데서 주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전반적인 기업 경영환경이 창업기 <>도약기를 지나 안정기로 접어들면서
"밀어붙이기식"의 회사운영은 더이상 약효를 내기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
이다.

한편으론 WTO(세계무역기구)체제 출범등으로 경제 국경이 파괴되는 무한
경쟁의 회오리속에 빠져들고 있다.

멀티미디어를 키워드로 하는 첨단기술 개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도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든 치열한 서바이벌
게임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의 격변은 기업을 움직여가는 기업조직원들의 변신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요구하게 됐다.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인재상으로.또 특정 분야에만 밝은 "맹목 전문가"가
아니라 종합적 사고방식과 안목을 갖춘 "합리적 상식인"이 오늘의 기업을
꾸려가는데 더욱 중요하고 절실한 덕목으로 요구받게 됐다.

대부분 기업들이 필기시험을 없애는 대신 면접전형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취업수험 준비서적 따위를 달달 외워 좋은 점수를 따내는 류의 "점수
벌레"나 "샌님형"은 더이상 기업들이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보다는 <>도전적이고 <>창의력.적극성.적응력을 갖춘 인재를 가려내겠다
는 것이다.

여기에 외국어, 특히 국제 공용어인 영어 구사능력을 어느 때보다도 중요
하게 따지겠다는게 대부분 기업들의 공통된 채용원칙이다.

간추리면 상황종합 능력과 진취적 기질을 겸비한 "국제화된 인재"를
기업들이 원한다는 결론이다.

기업들의 신입사원 선발방식이 이런 배경을 깔고 바뀐만큼 수험준비에
임하는 취업예비생들의 자세 또한 달라져야 하는건 불문가지다.

따지고 보면 바뀐 채용시스템 아래서는 수험생들이 "벼락치기"로 준비해야
할 일은 거의 없어졌다.

면접전형을 준비하는데도 "왕도"가 있을 리 없다.

"상식인"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최대한 "세일즈"할 수만 있으면 된다.

수험 현장에서 평소 자신의 모습과 실력을 "있는 그대로" 충실히 보여주면
된다.

성적을 그런대로 따고 학업외 활동도 활발히 하면서 외국어실력을 웬만큼
쌓아 놓았다면 별도의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더라도 일단 합격권에 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취업전선에서의 "가시적인 변수"는 영어구사 능력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예전의 필기시험 때와 달리 결정적인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성적이 "일정 수준"에 달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그 이상은 따지지
않겠다는 기업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LG그룹은 토익성적이 400점 이상이면 된다는 방침을 정했다.

채용 전형때 영어 성적으로 우열을 가리지는 않겠다는것.

뒤집어 말하면 취업전선에서 성패를 가름할 변수는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다듬어 채용담당자들에게 "당당함"을 보여줄 수 있느냐의 여부로 정리할 수
있다.

요컨대 올하반기 취업 수험생들은 종래의 부담스런 필기시험 준비에서
해방됐고 그래서 수험준비도 가벼운 에세이류 등을 탐독하면서 자신의
가치관을 재점검해보는 식이 좋을것 같다.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의 아는 선배를 찾아가 그 기업의 분위기를 미리
익혀두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대기업들이 필기시험을 없애고 면접전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채용방식을
바꾼 것은 결국 "요령"에 능한 사람보다는 평소의 인성과 생활자세 가치관을
중시해서 자사의 풍토에 맞는 인재를 가려 뽑겠다는 얘기다.

"기본"을 다듬으면서 차분하게 취업 준비에 임하는 수험생들에게는 올
하반기 취업전선이 여느때와 달리 "가뿐한 모습"으로 다가올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