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과 언젠가.

인간이 살아 가면서 생길수 있는 일을 뭉뚱그려 이 두단어로 집약 표현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나이를 먹고 늙어간다는 것은 누구나 당하는 "언젠가"에
속한다.

반면 교통사고나 삼풍백화점붕괴사고등을 당하는 경우에는 "만약"으로
표현할수 있다.

굳이 만약과 언젠가라는 단어를 들먹거린 이유는 보험상품을 설명하는데도
유효적절하게 쓰일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암보험이나 운전자상해보험등은 만약을 위한 보험이라면 개인연금이나
저축성보험등은 언젠가에 대비한 상품이라고..

그러나 만약과 언젠가에 대한 이같은 구분이 모든 이에게 똑같이
적용되긴 어렵다.

사람마다 그의미가 다르고 자신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대부분 사람은 결혼을 "언젠가" 해야 할 일로 치지만 요즘 신세대중에선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하는 "만약"의 일로 분류하는 이도 적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가하면 만약과 언젠가가 합쳐진 보험도 있다.

계약만기가 되면 당초 약정금액을 돌려주는 보험이 이에 속한다.

"만약" 사고가 나면 가족들에게 보험금이 돌아가고 가입자가 무사하면
만기(언젠가)에 본인이 목돈을 타는 상품이다.

이렇게 보면 생명보험상품을 이론적으로 나누는 생존보험 사망보험
생사혼합보험(양로보험)등 3가지도 이들 두단어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생존보험은 말 그대로 보험기간이 끝났을 때에만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을 말한다.

기능면에선 저축기능이 강한 반면 보장기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만기 생존시 받는 보험금을 매년 연금식으로 지급받을 수 있는 연금보험이
여기에 속한다.

언젠가를 위한 보험이라고나 할까.

사망보험은 보험계약의 대상이 되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중 사망하거나
장해상태에 빠졌을 때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 바꿔말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보험인 셈이다.

또 양로보험은 만약과 언젠가라는 수요를 모두 충족시킬수 있는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보험사가 판매하는 상품은 생존보험과 사망보험의 기능을
여러가지 비율로 혼합한 이른바 양로보험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낸 돈을 나중에 찾아야 한다는 "본전생각"이 뿌리깊이 내린 우리네
현실을 도외시하고선 영업을 할 수 없다는 현실이 먼저인 까닭이다.

삼풍사고등 대형참사가 잇따르면서 낸 돈을 아예 한푼도 받지 못하는
보장성보험을 찾는 이가 부쩍 늘었다고는 하나 역시 보장도 받고 저축도
되는 생사혼합형보험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보험에는 보장기능이 있다는 점에서 어느 상품에 비해
강점이 있다.

때문에 보험과 복권을 서로 비슷하다고 보는 이도 있다.

다만 복권은 재수가 좋은 사람이 큰돈을 만지게 되는데 반해 보험은
재수가 나쁜 사람으로 인해 보험금을 받는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