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재 <유니윌트레이딩 대표>

뉴질랜드가 "탈구입아"의 기치아래 아시아국가들과의 교역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어 한국의 유망한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실리추구를 근간으로 하는 뉴질랜드의 이같은 대외통상 정책기조는 이
나라의 상위 12개 수출대상국가중에서 7개국이 한국 일본등 아시아,
특히 동북아국가라는 사실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5월 뉴질랜드가 제 28차 ADB(아시아개발은행)연차총회를 유치했던
것도 이 나라의 아시아지향 경제정책을 잘 보여준다.

그런 뉴질랜드 경제가 지난해이후 괄목할 성장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목축업등 1차산업이 주종을 이뤘던 이 나라에서 제조업체들이 속속
창업되면서 새로운 경제주역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도 제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며 기업의욕을 북돋고
있다.

기업들은 이에 호응해 이윤을 재투자하는데 앞장서고 있으며,수출이
급증하고 정부재정도 흑자로 전환하는 등 뉴질랜드경제가 전례없는
고도성장의 호순환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뉴질랜드 경제의 앞날을 더욱 밝게 하는 것은 이 나라의
지도급 인사들이 뉴질랜드가 그동안의 고립상태에서 벗어나,경제체질을
개선하고 지금의 성장추세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해외로부터의 충격과
자극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자극은 외국인의 투자를 통해 현실적으로 구체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한국기업들이 사회간접자본 관광 소비재 원료가공을
포함한 제조업분야에서 뉴질랜드에 대한 투자기회를 선점할 호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도로망확충 발전시설확충 공항증축등 사회간접자본
분야를 비롯해,21세기의 해외수요에 질적.양적으로 대응할 제조업 생산
능력 증설이 뉴질랜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해외투자 유치대상분야다.

또 이 나라 경제의 "황금알"인 관광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도 유망하다.

숙박시설 종합스포츠단지등 지원시설 개발에 관심을 가질만 하다고
본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뉴질랜드에 한국기업들이 투자를 소홀히 함에
따라 미국 일본 싱가포르등 선진국들은 물론 중국같은 후발개도국들에
조차 기선을 빼앗기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미국 통신업체인 벨 사우스사가 뉴질랜드 통신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것을 비롯,인터내셔널페이퍼 ITT레이오니어 하인즈사등이 최근
5년간 투자한 것만도 임업(펄프 포함)식품가공등의 분야에서 1백억
뉴질랜드달러(1미달러=약1.5뉴질랜드달러)규모에 이르고 있다.

일본은 울창한 이 나라의 삼림자원을 가공 처리하는 공장만 3개소를
가동하고 있는데 이어 작년에는 4천만뉴질랜드달러를 들여 새 공장을
짓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뿐만 아니다.

작년 11월 싱가포르 국영 테크놀러지 벤처사는 뉴질랜드 통신업체인
벨 사우스 뉴질랜드의 주식 20%를 인수,통신사업 대열에 뛰어들었다.

홍콩과 중국은 내년중 목재 가공공장에 약 3억뉴질랜드달러를 투자,초기
1백80명을 투입한 뒤 궁극적으로는 5백명까지 고용키로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확정지은 상태다.

이처럼 많은 국가들이 뉴질랜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이
나라가 갖고 있는 장점에 주목한 결과로 보인다.

남태평양 도서국가들의 경제전반에 대한 정보의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것을 비롯해 육종 종자 임업 원예 조경 낙농등에 대한 연구기관과 관광
호텔경영 스포츠시설운영 요트설계.제작 등의 장단기 교육프로그램이 잘
발달돼 있다.

자원개발에도 적극적이어서 원유탐사와 새로운 어장개발,기존 어업자원의
생산확대등에 대한 정책지원이 잘 돼 있다.

그동안 한국의 언론과 경제계는 "유럽-동북아-미국"이라는 고정된 횡적
국제관계관을 벗지못해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동북아-동남아-남태평양"으로 이어지는 종적 국제관계
형성에도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홍콩의 중국귀속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실세화등 지역 정세변화와
국경없는 세계화시대의 도래,한국경제의 지상과제중 하나인 자원확보등
여러 측면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