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92년12월 일어난 충남방적 대전공장 화재사고는 국내보험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게 분명하다.

이사고에 따라 지급된 보험금이 무려 4백65억원에 달해 92년 최대사고로
기록된 점뿐만 아니라 한국의 보험물건에 대한 대외신뢰도를 떨어뜨려
영국의 로이드에 속해있는 모외국사는 국내보험사에 "재보험거래
전면중단"조치를 통보,초비상사태에 빠뜨렸다.

이바람에 한때 충남방적은 기업활동에 필수적인 보험에 들지 못한채
재가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적도 있었을 정도였다.

이회사가 다시 보험에 들 수 있었던 것은 현대해상의 철저한 위험관리
서비스에 힘입은 바 크다.

현대해상은 전자 건축등 각분야의 엔지니어로 구성된 위험관리팀을
충남방적 대전공장에 파견,안전관리에 대한 실사를 한 결과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조건으로 보험가입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현대해상팀은 충남방적 고위층이 배석한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조건을 제시했다.

공장의 2개 건물안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할때와 건물안은 물론 외벽과
지붕에도 스프링클러를 설치했을 경우,또 건물과 건물사이에 방화벽을
설치하고 스프링클러를 공장 전구역에 설치했을 때등 4가지조건으로
각기 다른 보험료를 제시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데 1평당 10만원정도가 들어가며 건물외벽이나
지붕에도 안전관리시스템이 구축해야 만약의 사태시 손실을 줄일수
있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충남방적측은 약15억원의 돈을 들여 공장안에 자동소화설비를 설치하고
외벽과 지붕은 불연재료로 재시공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결과 아무리 많은 돈을 내도 보험을 받아주지 않겠다고 버티던 외국
재보험사들도 충남방적의 이재방지노력을 인정,4억4천7백만원의 보험료를
부담하고 화재등에 따른 재산손실을 담보하는 총1천5백6억원짜리
재산종합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경기도 안산시의 대형유통업체인 안산월드코아는 안전관리시스템이
뛰어나 보험료부담을 크게 줄일 케이스에 속한다.

지하5층 지상7층 건물인 이곳은 신축시부터 각층이나 용도별로 방화구획을
철저히 설치하고 사후관리도 잘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건물의 화재보험가액은 1백20억원. 연 2천7백만원의 보험료를 내야
하나 실제 낸 보험료는 2천82만원에 불과했다.

사고가 날 가능성이 낮고 만약 사고가 발생해도 피해가 크지 않다는
보험사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보험은 사고대비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

그러나 보험에는 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이 있다.

만약 성수대교나 대구지하철공사등에 보험이 들어있었다면 사고발생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곳에 대한 보험을 인수한 보험사가 보험금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험계약 체결시부터 보험대상에 대해 세밀한 조사를 한다.

그조사결과 위험도가 높으면 보험료를 무겁게 매기고 정기적으로
사후관리를 실시해 사고발생을 사전방지하려고 애쓴다.

그만큼 사고가 날 여지가 없어지는 것이다.

보험의 기능은 이처럼 대형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는 수단으로 손색이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