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일 통상압력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제네바에서의 자동차협상 타결로 한고비를 넘겼던 미일
통상마찰이 사진필름 항공기 퍼스널핸디폰 시스템(PHS) 분야에까지 확산
되는 등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미무역대표부(USTR)는 3일 미이스트만 코닥사의 청원을 받아들여 일본의
사진필름및 인화지시장에 대한 불공정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미 통상법
301조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코닥은 일후지필름이 정부의 비호아래 코닥의 시장진출을 교묘히 방해,
지난 20여년간 56억달러의 손해를 봤다며 지난 5월 USTR에 이를 조사해
주도록 청원했었다.

코닥은 청원서에서 일본의 <>배타적인 유통망 <>가격담합 <>메이커에 대한
유통업자의 재정적 의존및 리베이트제도 등 불공정 관행에 따라 외국의
사진필름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강조하고 이의 시급한 시정을 요구
했다.

코닥은 현재 전세계 사진필름시장의 44%를 점유하고 있으나 일본에서는
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후지필름의 시장점유율 75%에 훨씬 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의 인화지시장에서도 후지는 86%를 장악하고 있는데 반해 코닥은 8%를
차지하는데 머물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일본에서의 사진관련제품 시장점유율이 이처럼 낮은 것은 일본이 교묘하게
유통장벽을 쌓아 코닥의 시장확대의지를 꺾어놓고 있기 때문이라는게 미국측
의 생각인 것이다.

미일 두나라는 이미 항공화물부문에서도 팽팽한 대립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은 항공화물업체인 페더럴 익스프레스사에 이원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놓고 벌여온 대일협상이 실패함에 따라 지난달 19일 일본의 2개 항공업체에
대한 보복조치를 발표했었다.

일본항공(JAL)과 일본화물항공(NCA)이 일부 아시아국가로부터 일본을
경유, 미국본토로 화물을 수송하는 것을 전면금지한다는 내용의 골자로
오는 14일이후 보복조치를 실제로 발동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페더럴 익스프레스의 일 나리타공항 경유노선개설에 관한 미국측의 요구는
지난 52년 체결된 미일항공협정에 근거하고 있다.

이 협정은 미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스, 노스웨스트 에어라인스및 페더럴
익스프레스 등 3개 미 항공업체의 일본경유노선개설을 무제한 허용하고
있는 만큼 일본측이 당연히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PHS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USTR와 일 우정성은 지난 2월부터 이분야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미국측은 양국기업들을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쌍무무역협정에 따라 모토로라
만이 아니라 미국의 다른 업체들도 PHS부품을 공급할 수 있게끔 시장을 대폭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이같은 압력에 대해 일본은 자동차협상에서와 같이 강경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사진필름 시장개방압력과 관련, "미정부가 개별기업의 사적
인 요구에 지나치게 좌우되고 있다"며 "일방적인 무역보복위협 아래에서는
결코 협상에 응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버티고 있다.

항공화물분야에서도 불평등하게 맺어진 52년 항공협정의 전면개편을 요구
하며 미국의 보복조치발동에 대비한 맞보복조치까지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의 시장개방조치가 미흡하다는 미국측의 판단이 바뀌지 않는한 미일
두나라의 통상협상은 전면적인 무역전쟁불사란 상호위협속에서 극한까지
치달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자동차협상도 구체적인 절차와 시행방법에서 합의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또다시 통상현안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 김재익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