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간판을 내걸까"

재정경제원에서 투자금융사및 종합금융사등 제2금융기관의 운명이 걸린
통합방안을 발표한 4일.30개의 투금사와 종합금융사들은 각사별로 향후
진로선택 문제를 논의하느라 분주했다.

특히 설 자리가 모호해진 지방투금사들은 앞날이 걱정되는 듯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의 이번 방안은 한마디로 투금사와 종금사 업무를 합친
종합투자금융회사(가칭)를 탄생시킨다는 데 있다.

우선 서울소재 8개 투금사들이 이 "종투사"간판을 다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내년에 종투사의 건전성요건을 별도로 정할 예정이지만 지난
91,94년 투금사의 종금사 전환 때 적용했던 자기자본금 4백억원이상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서울투금사들은 무난히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7개 지방투금사중 대구투금과 항도투금을 제외한 나머지 5개
회사들은 자본금 규모가 4백억원에 미달되는데다 부실채권도 회사당
1백억-2백억원에 이르는 등 회사경영상태가 좋지 않아 종투사 전환은
힘들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있다.

이 경우 지방투금사들은 정부가 유도하는 대로 상호신용금고로 갈
것인지, 아니면 그냥 투금사로 남을 것인지를 놓고 저울질이 한창이다.

상호신용금고로 가자니 영업전망이 불투명하고 투금사로 남아있자니
궁극에는 없어질 업종에 버텨받자 얼마나 존속할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대구 경일투금의 서울사무소 권영돈이사는 "종투사 전환에서 탈락될
경우 투금사로 남아있기에는 불안하지만 그렇다고 마음편히 상호신용금고
로 간판을 바꾸기에도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상호신용금고가 표지어음취급등 업무규제 완화로 짭잘한 장사를
하고 있지만 2백36개(지점포함 점포수는 3백36개)에 이르는 기존의
신용금고의 탄탄한 영업력과 경쟁하기에도 현재로선 역부족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동일인여신한도가 자기자본의 10% 또는 30억원이내인 상호신용금고의
경우 자금운용상 한 거래업체당 고작 2억-3억원씩 대출해준다.

그러니 한 회사와 몇십억원씩 거래하던 지방투금사들이 신용금고로
갈 경우 개인수신면에서 유리하지만 기존 거래처 갖고는 여신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이번 투금.종금사간의 업무통합 방안에 따라 자동으로 종투사로
전환,종투사시장에서 종전의 서울투금사들과 경쟁해야 하는 종금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20년간 영업노하우를 쌓은 선발 6개 종금사들은 국제금융과
리스,기업금융등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투금사들이 당분간 경쟁상대가
되지 않는다며 단기적으로는 안심하면서도 장기적으로 "강적"을
만났다며 경계의 고삐를쥐고 있는 것.

종투사로 전환할 서울 투금사중 대한 동양 중앙 제일투금등 선발 4사의
경우 자기자본 규모가 1천5백억-2천억원대로 선발 종금사들과 맞먹거나
능가할 정도여서 장사밑천(자본금)이 영업승패를 좌우하는 금융시장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작년 하반기 지방투금사에서 종금사로 전환한 9개 후발 종금사들도
앞으로 불꽃튈 종투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영업에 상당한 노하우를 쌓은 선발 종금사,막대한 자금력과 잠재력을
지닌서울 투금사출신의 종투사중 어느 쪽 하나 만만한 상대가 경쟁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계는 결국 종투사시장이 <>선발종금사 출신을 주축으로 하는
국제금융및리스 부문<>지방종금사와 일부 투금사 출신이 주력할
단기금융업무<>대형 투금사출신이 주도할 단기금융과 국제금융 리스부문을
절충한 종합투자금융등 3갈래로 전문특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구학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