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2일 종합주가지수가 7.64포인트하락,5.27증시부양조치후 심리적인
지지선 역할을 해 온 25일 이동평균선 (8백7 9포인트)을 크게 이탈하면서
또 다시 추락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이 거래량저조 주도주부재 자금(예탁금)감소등 이른바
"3불현상"에 휘말리면서 무기력장세를 펼치고 있어 희생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일고 있다.

문제는 주식시장이 별다른 악재는 없고 호재가 훨씬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주변상황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주식시장이 불감증에 빠진 것이다.

당장 쌀원조로 남북간의 화해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남북경제협력문제가
순풍을 타고 있지만 시장전체 분위기는 물론 직접적으로 관련된 남북경협
수혜종목들조차 무감각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주식시장의 수요기반이 극히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연초 주식시장의 침체를 가져왔던 공급물량과다에 따른 수급불균형
문제는 5.27조치후 거의 해소돼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볼때 지금의 침체장은 시장을 형성해줄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철저히 외면하면서 초래되고 있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재료도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주식투자자들은 증권시장안정기금과 매수우위를 지켜야 하는 기관투자가
들이라는 든든한 수요처에 의지,오히려 보유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장세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처럼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철저히 외면하는 상황이 초래된
뚜렷한 이유는 찾을수가 없다는 것이 증시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주식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수있는 기업들의 경영성과도 급격히
호전되고 있다.

최근 증권사들이 국내기업들의 상반기 경영실적을 추정해 본 바에
따르면 매출액은 21.6%,경상이익은 65.7%,순이익은 58.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성과호조와 주가하락으로 국내주식시장의 평균 PER(주가수익비율)는
종전 16.2배에서 14.4배로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본적으로 경제여건(펀더멘롤)도 나쁘지 않다.

과열이라고 볼만큼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물가도 안정수준에
머물러 있다.

시중금리가 다소 불안정한 상황이지만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국제수지적자가 큰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기업들의 설비투자 자체
움직임으로 점차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때 최근 1만원이하 저가주들이 부상하고 있는
것도 주식시장침체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상현상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증시상황에 대해 실망한 투자자들이 소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증시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일단 선거를 치르고 보자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부가 선거후 급격한 통화환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믿을수 없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반응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최근 통화긴축여부를 둘러싸고 홍재형
부총리와 김명호한국은행총재간에 벌어진 견해차가 더욱 부추겼다는
것이 증시전문가들의 견해다.

때문에 지금의 주가하락은 정부정책을 불신하는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이탈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증권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장세를 보는 견해는 매우 낙관적이다.

오히려 지금 조정을 받아 두는 것이 선거후 상승기반을 다져주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들이다.

심근섭대우증권전무는 "최근의 잇단 호재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심각한 조정을 맞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이 선거후의 장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일단 한차례 더 조정을 받고 나면 큰폭의 대세상승기를 맞게될
것"이라는 심전무의 얘기다.

선거후의 장세는 특히 7월1일이후 외국인한도확대에 따른 외국투자자금의
유입과 내년부터 시행될 금융자산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한 자금이동으로
활황을 탈것이라는게 증권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심전무는 최근 미국증시가 경기연착륙과 금리하향안정으로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는 활황을 타고 있다는 것을 예로들면서 "국내증시도
한 템포 늦지만 미국증시와 같은 흐름을 탈것"이라고 예측했다.

제일증권은 최근 이같은 맥락에서 올연말 종합주가지수를 1,000정도로
전망하는 자료를 내놓기도했다.

< 이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