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사단". 종로일대에 사무실을 두고 한국영화의 새지평을 모색
하는 차세대그룹. 이 종로사단의 실질적인 맏형이 박상인익영영화사
사장(41)이다.

"나이가 한두살 많다는 것때문에 맏형소리를 들을 뿐입니다.

젊은감독이나 기획자와 자주 토론하다 보니 그런 이름이 붙여진 모양
인데 우리영화를 아끼는 일에 너나가 따로 있겠습니까"

92년 첫작품 "결혼이야기"로 82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이며 화려하게
출발한 그는 "그여자 그남자"(50만) "세상밖으로"(38만) "남자는
괴로워"등 잇단 화제작을 탄생시킨 주역. 하지만 조용한 말투와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태도로 간혹 겸손이 지나치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작품에 있어서만큼은 철저한 프로근성을 발휘한다.

신예 김의석감독을 과감하게 기용한 "결혼이야기"는 94년 제9회
샌디에고영화제에도 출품돼 그의 프로정신을 확인시켰다.

"프로는 자기를 잘 관리하죠.영화산업의 세계화전략도 마찬가지
입니다.

국내에서 기틀을 탄탄히 다져야 해외시장에서 힘을 발휘합니다.

내수없는 수출은 사상누각이죠.특히 문화상품은 그나라의 정신이
배어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는 자본이 취약한 우리 영화계가 자칫 의욕만 앞세운 나머지
작품성과 흥행성이 균형을 잃는 "절름발이 성공"에 머무를 까봐
걱정한다.

그래서 90년대초 대기업의 영화산업 참여가 거론될때 그는 풍부한
자본력의 유입이라는 측면에서 기대가 컸다고.

"영화산업을 키우려면 중장기 발전계획 아래 자생력강화와 설비
투자에 힘써야 합니다.

그게 아니면 아예 문화사업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은 이도 저도 아닙니다.

대기업들이 아이디어를 받은 뒤 돈되는 것만 선별해서 지원하니
자본에 발목잡힌 감독들이 흥행상품 양산에만 내몰리는 꼴이 되죠"

젊은감독들에게 출구를 열어주는 일이 시급하다는 그는 "대기업이
조직과 자본을 활용해서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대기업이 제작에 참여한 작품부터 수출상품화해서 물꼬를 트면
그에 따른 틈새공략등도 가능하리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정부가 할 일은 간섭이 아니라 세제지원등 실질적인
육성책"이라고 역설했다.

문예진흥기금도 외화에서만 거둬들이고 방화에는 면제해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