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이사회는 지난 22일 세명의 초대사무총장 후보에 대한
회원국의 지지상황을 집계, 발표했다.

그 결과 세계 지역별로 후보지지상황이 극명한 차이를 보여 만장일치로
선출될 초대총장자리는 "시계 제로"의 상태에 빠졌다.

WTO이사회 발표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루지에로후보가 유럽연합(EU)과
아프리카회원국중 57개국의 지지를 받고 있다.

김철수후보는 아시아 회원국을 중심으로 29개국, 멕시코의 살리나스후보가
미주회원국중 28개국으로부터 각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TO이사회의 발표결과로만 볼때 루지에로후보가 초대총장으로 가장 유력한
셈이다.

그러나 외무부당국자는 23일 "지지회원국 수의 차이가 총장선출에 결정적
요인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세후보들이 사퇴의사를 밝히지 않는한 누가
사무총장이 된다고 단언 할 수 없다"고 발혔다.

우리나라의 김철수후보가 사퇴할 계획은 전혀 없다.

외무부는 살리나스후보의 사퇴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고 사퇴가 임박했다는
외신보도가 있기도 했다.

살리나스가 사퇴하고 김후보와 루지에로후보가 남았을 경우 최대 변수는
미국의 입장이다.

미국은 살리나스후보를 지지해왔다.

WTO이사회의 지지상황 결과발표후에도 미국의 입장은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WTO일반이사회 의장인 케사바파니 싱가포르대사는 "각회원국이 후보들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한 만큼 미국이 더이상 핑계를 대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입장을 밝혀 달라고 촉구한 발언이다.

유럽국가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장자리를 맡고 있는데 이어 WTO사무총장
자리까지 차지하는데 거부감을 갖고 있는 미국이 앞으로 어떤 입장을
갖느냐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미국이 루지에로후보를 거부하지 않으면 그의 당선가능성은 매우 높으며
반대로 거부권을 행사하면 김후보가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

두후보는 총장선출시한인 내달 15일까지 회원국을 대상으로 치열한 "물밑
작업"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두후보가 교착상태를 유지할 경우 서더랜드 GATT사무총장을 영입하는 상황
도 예상되고 있다.

<김호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