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신국제경제질서"의 중심축은 어느 나라가 맡게 될까.

평론자들에 따라 꼽는 나라가 조금씩 다르긴 하나 대부분 전문가들이
빼놓지 않고 리스트에 올려놓는 나라가 중국이다.

단지 12억을 넘는 거대 인구만이 근거가 되는 건 아니다.

그간 중국정부가 추구해온 개혁.개방정책이 완연한 궤도에 오르면서
중국이 "모범 개도국"으로서 급속한 경제발전을 계속하고 있어서다.

다가올 21세기에 중국은 미국 일본 유럽등 기존의 세계경제 지도국가들을
뛰어넘어 경제적 선두주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줄이어 계속되고 있는 한국 민관의 중국진출 노력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고, 발전방향이 모색돼야 한다는게 국내 중국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중간에 정식으로 국교가 수립된건 불과 2년남짓 전인 92년 8월이다.

그러나 한중경협으로만 따지면 양국간의 관계는 이보다 최소한 5년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80년대후반 진웅텐트등 중소기업들이 중국남부연안 개방지역에 합작공장을
설립했다.

그 이전에도 삼성물산 (주)대우등 종합상사들이 중국내에 비공식 연락
사무소 형태의 거점을 마련해 대중교역루트를 개척하고 있었다.

<>무역 <>투자보장 <>과학기술 <>경제.과학.기술공동위원회 설립등 4개분야
협정이 정부차원 경협장치로는 처음 체결된게 92년 9월이었고 보면
"앞서가는 기업정신"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이어 92년 12월에는 상사중재협정이 체결됐고 작년과 올해에 걸쳐서는
건설협력양해각서 해운협정 체신협정 이중과세방지협정 항공협정등이 차례로
조인됐다.

한국기업들의 대중투자진출은 이런 정부간 협정체결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작년말까지 1천42건 9억6천만달러를 기록한 대중투자(허가기준)실적은
올8월말 현재 1천7백14건 14억5천4백80만달러로 불어났다.

불과 반년남짓새 거의 배가까이 증가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의 중국투자가 총 해외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건수기준으로 36.6%, 금액기준으로는 16.1%에 달하고 있다.

이같은 기업들의 "대륙행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근 럭키금성그룹이 중국내에 석유화학 전자 섬유등 주력사업분야를
총망라해서 진출, 본국의 그룹본부에 비견되는 "중국그룹"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한 것은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다.

우리기업들이 이처럼 다투어 중국진출을 확대하고있는 것은 이 나라가
투자대상지로서 다른 지역에서는 찾기 힘든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백권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지역정보센터 선임연구위원)

한동안 한국기업들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지역에 다퉈 진출했었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는 임금상승과 국내업체간 과당진출경쟁등 투자환경이
악화된 반면 저임의 풍부한 노동력을 갖고 있는 중국이 상대적으로 돋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투자가 올 8월말 현재 1천5백12건 13억1천3백70만달러로
총 허가건수중 88.2%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섬유의복(3백46건 2억7백50만달러) 전기전자등 조립금속(1백91건
2억9천2백50만달러) 신발가죽(1백58건 1억3천2백10만달러)등 저임노동력에
의존하는 산업부문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아직은 한국기업들의 중국투자 포인트가 "노임따먹기"를 통한 제3국 우회
수출기지로의 활용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지역적으로도 "편식성"이 발견된다.

올 8월말 현재 중국에 대한 총 허가건수의 45.8%에 해당하는 7백85건이
산동성 천진시등 발해만지역에 집중돼 있다.

또 길림 요령 흑룡강등 동북3성지역에 6백76건의 투자가 몰리고 있다.

이같은 지역.업종상의 편중적인 대중투자패턴은 향후의 바람직한 한중경협
을 위해 개선돼 나가야 한다(이기섭상공자원부 아주통상2과장.중국담당)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중국 중앙정부가 그동안의 연안지방 위주 개발정책을 수정, 내륙
지방에 대한 산업환경정비를 통해 외국투자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이 많다.

아직은 "무주물"이라 할 내륙지방을 선점하는 것은 전략적으로도 우리에게
유리한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인구 1억2천만명(일본수준)인 남동내륙지역의 사천성에 민관
합동투자조사단을 파견했던 것은 이런 상황인식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이와함께 올 3월 중국정부와 한중산업협력위원회를 설치, <>자동차
<>항공기 <>전전자교환기 <>고화질(HD)TV등 4개산업별 분과위원회를 통해
우리기업들의 미래지향적인 대중투자를 앞서 설계하고 있다.

이번 이붕중국총리의 방한기간동안에는 원자력분야를 중심으로 한 전력
부문에서의 협력을 새로운 한중경협 메뉴로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민관 2인3각의 대중진출이야 말로 "21세기 경제패자 후보국" 중국을 활용
하는 올바른 열쇠가 될게 분명하다.

< 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