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발표 : 21세기 진입과 노사관계 과제 ]]]

배무기 < 서울대 교수 >

1987년 6.29선언이 있은지도 이미 7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큰 변화가 있었다.

노동조합의 조직은 크게 확대되었고 근로자들의 권리의식은 매우 높아졌다.

노동운동이 활성화됐고 단체교섭도 정상화되어 단체협약상 획기적인 개선이
이루어졌다.

그결과 임금 노동시간 근로조건이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몇가지 부문에서는 경영상의 애로요인이 등장하기도 했다.

노동조합은 정부나 공공부문에서 정책결정에 참여할 기회가 대폭 확대
되었다.

재야노동세력도 보다 조직적으로 되었고 제2노총을 추진하고 있다.

노사분규는 87~88년에 크게 늘었으나 곧 진정국면으로 들어가 90년대초부터
는 정상적인 수준으로 복귀하였다.

이처럼 지난 7년간 노사관계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듯이 2001년까지 앞으로
7년동안에도 노사관계에 많은 변화와 발전이 예상된다.

이러한 시기를 맞아 기업경영측과 노동조합이 새로운 환경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상호불신과 대립, 투쟁을 반복할때
한국경제의 장래는 매우 비관적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노사관계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중장기적 발전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이과정에서 당사자들이 새로운 발전방향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고 논의과정
에서 상대방의 입장이나 요구를 참고하여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위해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문제점을 몇가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노사관계 당사자들인 기업(경영자)과 노동조합(근로자) 그리고 정부 모두가
일종의 전환기적 혼란에 빠져 있다고 볼수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경영여건이 매우 악화된 상태인데 노사관계는 여전히
대립적이어서 경영혁신 노력이 효과를 거두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노동조합도 종래와 같은 대립 투쟁일변도로서는 몇몇 호황업종의 대기업을
제외하면 얻을수 있는 것에 한계가 명백하지만 그렇다고 달리 노동운동의
기조를 바꿀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

정부는 새로운 노사관계정책의 방향전환을 바라지만 이해가 부족하고
자신감이 없어 엉거주춤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노사분규건수는 최근 크게 감소했지만 그것이 진정 노사관계의 발전과
성숙에 따른 것으로 보는 사람은 드물다.

경영자들도 기업내 노사관계는 분규만 없으면 그만이라는 소극적자세를
취한다.

단체교섭기간중에 잠깐 노사관계에 관심을 표시하고는 그것이 끝나면
노동문제나 노사관계는 잊어버린다.

노사관계가 발전되고 성숙되기 위해서는 노사중 어느한쪽이 다른쪽을
지배하거나 또는 어느한쪽만 이득이 있고 다른 한쪽은 손해를 보는 해결책
으로는 성공할수 없다.

따라서 노사관계발전전략을 세움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으로서
다음의 두가지를 제시한다.

첫째는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둘째는 종업원의 직장만족도가 높아져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 전제조건하에서 노사관계를 둘러싼 제반 여건 또는 환경,
노동시장사정, 기업의 경쟁상태, 정부의 정책, 국민의 요구나 지지등의
변화를 외면하지 말고 그에 합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장기적으로 노사관계는 발전될수 없다.

더 나아가 외국 특히 선진국에서 경험하고 있는 각종 노사관계의 변화를
예의주시하여 이로부터 교훈을 얻도록 노력할 필요도 있다.

선진국의 경우 많은 나라에서 노동조합의 조직률 감퇴, 단체교섭의
분권화, 대립구도에서 참여와 협력구도로의 전환등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남북한 통일, 정보화사회로의 진입에 대한 고려와 함께 경제협력기구
(OECD)가입등 가속화되는 국제화에도 대비하여 노사관계발전 전략을 세워야
할것이다.

흔히 노사관계라 하면 대립적이라고 한다.

이것은 노동관계의 법과 제도의 형성때 노와 사가 만나는 경우를 단체교섭
때로 거의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의 장기전략과 정책을 결정하는 수준과 작업현장수준에서의
노와 사의 교류, 참가의 수준 측면에서는 노사가 하기에 따라 오히려 협력과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관계가 될수 있다.

미국의 3대자동차회사나 AT&T 제록스 코닝사등과 같은 세계적기업에서
협력적관계로 변신을 성공시킨 점을 고려할때 우리기업도 계속 노사간
대립과 투쟁을 반복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도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종업원의 직장만족도가 높아지는 노사
관계를 새롭게 창조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지난5월 신경제추진회의에서 대통령에 대한 노사관계 특별보고때 처음으로
그방향이 명시적으로 제시되었다.

그리고 그후 노사협력센터의 설립으로 그정책방향이 구체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대한 기업과 노조의 인식부족이 너무 낮고 정부내에서도
제대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정부는 이 정책방향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정책수단을 동원
해야할 것이다.

적어도 2001년까지는 어느정도의 대기업군이 이러한 노선에 따른 최고
경영전략의 변화를 실천에 옮겨지도록 강력한 캠페인을 벌일 필요가 있다.

이같은 발전전략이 제대로 성공하려면 단기및 중기적현안과 대책을 마련,
추진해야 할것이다.

단기현안과 대책으로는 우선 임금등에 관한 사회적 합의문제이다.

사회적합의에 대해 의논이 분분하지만 현단계에서는 분명 이를 필요로
하고 있다.

다만 그것을 현재처럼 노사당사자에게 맡길 것인지, 제3의 조직 또는
원로나 전문가집단이 할것인지는 문제로 남는다.

또 노동관계법의 개정문제이다.

현재 노동관계법의 개정을 위한 기초작업은 상당히 진척되었지만 노사양측
의 지나친 이기주의등 법개정이 실현되는데에는 걸림돌이 너무나 많다.

이문제는 또 정치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여
정치적부담도 적지않다.

이때문에 법개정이 단기간에 이루어질지에는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이밖에 노사정간의 협의기능강화, 노동계의 재편과 통합문제, 외국인
노동력수입문제등이 단기적으로 풀어야할 현안들이다.

중기현안과 대책으로는 산업별노조화운동문제, 공무원과 교원에 대한
노동3권부여문제등이 있으나 그당위성 필요성 실효성등에 관하여는 더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