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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산업은 정보를 먹고 산다고 해도 과장된 말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다소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더 정확한 정보가 흘러 다닐 수 있는 여건의
조성이 증권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이 될 수 있다.

특히 지난 92,93년 상장사의 연쇄 부도 파문이후 주식시장의 정보나
공시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감이 축적돼 있는 우리의 현실을 볼때
정보흐름의 투명성이 더 요구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상장회사들을 주축으로한 IR(증권투자정보전달)활동의
전개 방향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 증권산업의 미래의 명암을 어느 정도
점쳐보는 한가지 분석들이 될수 있다.

IR 활동의 개념과 한국에서의 현실을 점검해 본다.

< 편 집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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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대영전자는 긴급히 기관투자가들을 초청, 기업내용설명회와 공장
견학을 가졌다.

이 회사가 부도설에 휘말리면서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자 서둘러 부도설의
원인이었던 부진한 하드디스크드라이브사업을 정리하겠다는 방침등 수습
대책을 밝혔다. 경영자가 투자자들에게 솔직하게 경영상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후대책을 내놓은 뒤 줄곧 내리막길을 달리던 주가는 오름세로 반전됐다.
부도설도 사라졌다.

"투자자에 대한 상장회사의 적극적인 기업정보제공"을 뜻하는 IR(Investor
Relations)를 활용, 경영안정의 토대를 마련한 경우이다.

이처럼 부도설을 잠재울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면서 상장사들의 IR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가고 있다. 이전에도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공장견학등
활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IR란 이름으로는 지난해 11월2일 삼화페인트와
경동보일러의 기업내용설명회와 공장견학이 처음이었다. 이 행사는 "IR"
라고 하면 기관투자가초청 기업설명회와 공장견학으로 받아들여질만큼
그이후 상장사들의 IR활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경동보일러등 2개사의 IR는 신규 상장기업 소개라는 홍보차원에서 실시한
경우인 반면 신원 장기신용은행 종근당이 지난 연말과 올초에 한 IR는
자금조달(해외CB발행.유상증자)을 원활히 하려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다는
점에서 한발 앞서 나간 경우였다.

그 뒤에 실시된 신규상장사와 신호그룹소속 4개제지회사들의 IR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거두자 IR에 대해 잘 몰랐던 경영자들이 차츰 진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IR행사를 주선해온 상장회사협의회의 이승렬과장은 하루에도
여러기업에서 IR방법을 묻거나 실시의사를 밝혀온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장사들이 IR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증시
관계자들은 주식시장의 주가형성기준이 기업의 내재가치중심으로 굳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전엔 이른바 작전이나 풍문등에 따라 주가가
오르내리기도 했으나 증시개방이후엔 철저히 기업가치가 투자의 절대기준이
되자 기업가치만큼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장사들이 스스로를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기업내용설명회와 공장견학등
단조로운 방식을 취하고 있는 IR활동에 대해선 개선의 소리가 높다.

무엇보다도 여태까지의 IR활동이 지나치게 단기적인 주가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최근엔 어느회사가 "IR를 한다"고 나서면
투자자들에게는 "주가관리에 나섰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오히려 투자자들의
불신마저 초래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또 회사측에서 볼 때 야심찬 신규투자계획등 명백한 호재일 때만 IR에
나서는 점도 문제가 있다. IR의 본질은 좋지 않은 기업정보도 투자자들에게
과감히 제공함으로써 악재가 주가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고 그 기업에 대한
신뢰를 획득하는 것이다. IR는 1회성 광고와 달리 일상적인 활동이 그 본질
이지만 대영전자의 경우에서 볼수 있듯 IR를 최후수단쯤으로 여기는 경영자
의 의식도 아직은 뿌리깊다. 그러나 신세계가 올들어 국내기업 가운데
최초로 IR전담팀을 만든 것은 중요한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투자자들이 애용하는 증권사들의 상장회사핸드북을 봄호부터 새로 주식
담당자 연락처가 실린 것도 투자자와 상장사를 더 가깝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IR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해외전환사채발행등 해외에서의 자금조달이
잦아지면서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의 지명도와 적정한
주가수준의 유지가 자금조달비용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오는 97년부터 가능해지는 적대적 기업매수합병(M&A)도 IR를 경영전략의
하나로 자리잡게 할 것으로 보인다. 적대적인 매수세력에 맞서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선 기업이미지제고, 사회적 친화력의 배양과 함께 기존
경영자에게 공감하는 우호적이고 안정적인 주주의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
이다. 더 직접적으로는 주식시장의 대세상승기를 앞두고 투자재원을 원활히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상장사들이 자기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일 수밖에 없어 IR가 상장사들의 주요 일상업무로 자리잡을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진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