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러하듯 세상을 살다보면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을 함께
하면서 살고픈 욕심이 있게 마련이고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사람의 얼굴모양이 제각각 다르듯 좋아한다고 하는 것에는 여러형태가
있을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의식하든 못하든 진선미의 추구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생활은 알게 모르게 즐거움을 주고 또 삶에 윤기를
돋게 한다.

홍익화우회에 참여한지도 햇수로는 15~6년이 넘는가 보다. 그중 절반은
결석을 했지만..

대단한 일도 아닌데 바쁘게 쫓기는 일상생활이 반복하다보면 매너리즘에
젖게 마련이다. 그런속에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을 갖고
화우회를 따라 나선것이 70년대말 어느 늦가을 이었던것으로 기억된다.

늦가을의 스산한 날씨처럼 내가 몸담고 있던 노동계도 답답하고 음산한
그런때였다.

홍익화우회는 일년중 삼복더위와 추운 겨울을 빼고는 거의 빠짐없이
일요일이면 야외스켓치를 나갔다. 20년이 넘는 연륜과 5백50회의 야외
사생을 다녔으니 전국 어디고 이름좀 난곳이면 거의 섭렵한 셈이다.

1백50명이 넘는 구성원의 면면도 홍익화우회 만큼이나 다양하고 개성적일
수가 없다. 우선 연령이 20대부터 70대까지 고르며,직업도 가정주부,대학생
교수 변호사 은행원 회사원 인테리어 전문가등 각양 각색이다.

어찌보면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이들이지만,자연의 풍광을
앞에하고 캔버스를 메워나갈때의 진지함이야 말로 공통점 이상의 그무엇이
진하게 배어있는것을 느끼게 한다.

한스 카루소의 말대로 "인생은 만남이다"라는 표현을 실감나게 느끼게
하는 곳이 홍익화우회다. 나는 홍익화우회를 통해서 참으로 소중한 분들을
만났다. 우리나라 미술계의 거봉인 김원화백을 비롯하여 윤재우 이종무
최덕휴선생님들로 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을수 있었다.

또 민경천(전홍익대총장)유재우(홍대교수)박성현(화가)계영희(풍농비료
부사장)이병국(동아제약 전무이사)이세복(홍익대과장)정진규(저축추진중앙
위원회 홍보부장)김방옥(KBS연출가)여사등과의 교류는 항상 즐거움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훌륭한 분들속에 섞여 여가가 있을때 마다 우리나라 산천의 구석
구석을 계절없이 찾고 누비며 흥취따라 화가를 세우고 그림을 그렸으니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멋있는 일이 아닐수 없다.

봄이오는 길목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인의 심정처럼 나도 봄을 기다
린다. 그리고 그동안 팽개처 놓았던 화구들을 챙겨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