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일일 투자정보지에 "현금보유비중을
늘릴것"이라는 조언이 요즘들어 부쩍 자주 등장하고 있다.

지금 주식투자에 나서기보다는 보유주식을 처분하고 장세를 차분히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미이다.

주식시장이 전체적으로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적고 유망종목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는 장세판단 아래 "쉬는 것도 투자"라는 격언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많이 사고 팔아 거래가 늘어나는 것을 바라는
증권회사의 속성상 이같은 권유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증권전문가들이 일반적인 관행과 다른 투자조언을 하는 것은 그만큼
장세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증권전문가들은 증시체력의 약화를 가장 큰 취약점으로 보고있다.

증시에서 매수세를 가늠하는 바로미터인 고객예탁금이 지속적으로 줄어
지난16일 현재 2조4천2백억원선에 머물고 있다. 이달들어서만도
1천5백억원이 빠져나갔다. 시중자금의 증시유입 촉진제역할을 할것으로
기대됐던 공금리인하(1월26일)이후에는 무려 2천억원 이상 줄었다.

이번주들어 하락폭이 커지면서 종합주가지수가 75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떨어졌다는 점도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대목이다. 최근 한달여동안 이어진
횡보장세에서 단단한 지지선 역할을 해왔던 75일선 아래로 지수가 떨어진
것을 추가하락을 예고하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뚜렷한 주도주가 없는 종목장세가 한달가까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지수는 663~683 사이의 좁은 범위에 묶여 있는 가운데
종목별로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기간중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실적호전기대,부동산매각등의 재료를 가진 종목을 중심으로 순환매가
형성됐으나 워낙 빠른 속도로 옮겨다녀 전체 시장을 이끌어갈 정도로
매기를 집중시키지 못했고 투자자들도 그 흐름을 따라잡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이 과정에서 대형주 가운데 보험주 증권주등이 간헐적으로 반등을
시도했으나 큰힘을 내지 못한채 주저앉아 대형주의 강세반전기대가 한풀
꺾이는 결과를 낳았다.

신정부출범도 현재로서는 호재보다는 악재로 평가되는것 같다. 오는
25일의 대통령취임을 전후해 한차례 상승세를 예견한 "취임장세기대"는
희미해지는 대신 새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불안감만 부각되는 느낌이다.

지난주까지만해도 "취임장세"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새대통령의 취임에
때맞춰 주가가 올라 "축하"해줘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당국이 뭔가
굵직한 재료를 내놓아 지수올리기에 보탬이 되는 대형주 상승을 유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돌았었다. 경기활성화대책,금융산업개편방안의
조기가시화,기관순매수강화를 비롯한 8.24증시대책의 후속조치등이
"메가톤급"재료의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청와대 비서실의 새 진용이 발표된 17일 주가가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는 기대했던 재료가 빨리 나타나지 않자 투자자들사이에
실망분위기가 급속히 확산된 탓도 있으나 신정부가 내건
금융실명제실시,부정부패일소,공직자 재산공개등이 눈앞에 다가옴에 따라
이들에 대한 "증시의 거부감"이 내비친 결과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경기회복조짐이 보이지 않고 기관의 매수가 위축되는 한편 미수금과
신용융자잔고는 늘어나는등 증시 안팎의 여건이 투자심리를 극도로
위축시키고 있어 한차례 추가하락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는 관측도 적지않다.

우선 경기가 바닥권을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기선행지수와 경기동행지수의 지속적 상승,2월수출의
큰폭증가(전년동기대비 15%선)예상등이 경기회복을 예측할수 있는 희망적인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또 공금리의 추가인하설이 나도는등 신정부가 출범하면 어쨌든 경기진작을
위해 손을 쓸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경기회복이 조만간
가시화되리란 기대도 있다.

금리 물가등도 대체로 안정세를 보이고 통화사정도 여유있는 편이어서
금리인하이후 단기적으로 고수익상품에 몰린 시중자금이 증시로 눈을
돌릴때가 가까워졌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금융산업개편안 발표가 임박했다는 점을 들어 금융주를 점진적으로
매수하는 것도 생각해볼만하고 실적이 확실히 뒷받침되는 종목에 관심을
가질만하다는 이야기도 그럴듯해 보인다. 최근의 조정국면에서도
외국인들의 매기가 대형제조주와 함께 금융주로 쏠리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현재로서 장세를 부추길 대형재료의 출현이 없는한 내주말의
대통령취임식 전후까지는 시장기조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대다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는것 같다.

<정건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