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기 수출은 좀 나아질 것인가. 연초부터 수출실적의 진폭이 심해
올수출전망을 혼란스럽게 하고있다.

올들어 지난21일까지 우리나라의 총수출증가율은 32.8%,25일현재로는
마이너스 1.1%로 반전됐다가 26일에는 다소 회복,3%증가로 집계되고있다.

이처럼 수출실적이 큰폭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는데는 예년과 달리 올해는
설연휴3일이 1월에 끼여있는등 이른바"계절적 요인"이 작용한 탓도 있다.
여기에 겹쳐 수출전망을 어렵게 만들고있는것은 종전까지 수출선행지표로
여겨져온 LC(신용장)내도액추이가 지난해이후 거의 기능을 못하고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올들어 지난20일까지의 신용장내도액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0.4%줄어든 것으로 집계되고있지만 이같은 추세가 실제수출에 어느정도
반영될것인지 종잡기 힘든 상황이다.

올 수출전망과 관련,전문가들을 특히 헷갈리게하는것은 바로
이"LC내도액추이"에 수출예측지표로서 어느정도의 무게를 실어주어야
하느냐는데 있다. 최근들어 LC내도액과 실제수출실적사이의 괴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때문이다.

LC는 무역거래의 가장 대표적인 결제수단으로 LC가 개설되고난
2~3개월뒤에는 거의 대부분 수출상품이 선적된다. 따라서 LC내도액추이는
곧바로2~3개월후의 수출실적을 가늠케해주는 잣대로 평가받아온 것.
문제는 요즘들어 LC내도액이 움직이는 방향과 실제수출실적간에 "엄청난"
편차가 나타나고있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가 올들어서의 수출실적동향과 이보다 2~3개월전인 지난해
10,11월의 LC내도액이 보여주는 괴리이다.

올들어 지난26일까지의 전년동기대비 수출증가율은 3%이지만 설연휴
직전인 21일까지만 놓고보면 증가율이 무려 32.8%에 달했다. 반면 이보다
3개월전인 지난해10월의 LC내도액증가율은 1.3%에 불과했었다. 2개월전인
11월의 LC내도액은 오히려 한해전보다 1.7% 뒷걸음질쳤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시점에서 LC내도액추이만을 놓고본 93년1월의
수출전망은 "큰폭의 감소세거나 잘돼야 제자리 걸음"이었을테지만 올1월의
수출실적은 일단 "그런대로."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이와는 반대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12월의 수출은 전년동월보다 7.6%
뒷걸음질치는 부진을 보였지만 이보다 2~3개월전인 9월과 10월의
LC내도액은 각각 10.7%와 1.3%씩 늘어났었다.

이같은 LC내도액과 실제수출실적간의 움직임을 분기별로 보면 "따로
놀기"의 양상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1.4분기의 LC내도액은 한해전 보다 9.9%늘어난데 반해 이보다
3개월뒤인 2.4분기중의 전년동기대비 수출증가율은 6%였다. 또 2.4분기중
LC내도액증가율이 2.6%에 머무는 부진을 보인데 반해 3.4분기중의
수출실적은 12.7%증가라는 "양호한"성적을 나타냈었다.

이처럼 LC내도액추이와 실제수출실적이 크게 엇갈리는 이유는 갈수록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거래에서 LC결제방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5년에만해도 우리나라 총수출액의 LC결제방식비중이 93.7%에
달했었지만 이 비중이 89년에는 82.8%로 뚝떨어졌고 91년엔
75.7%,지난해상반기중에는 75.3%로 낮아지는등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거의 대부분 대금결제를 LC에 의존하는 경공업제품수출이
계속 위축되고 있는반면 LC의존도가 낮은 중공업제품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치않다.

무역협회가 지난 89~91년동안의 주요 수출상품 결제방식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경공업제품의 LC결제비중은 95.5%에 이르고 있는데 비해
중공업제품의 LC결제비중은 52.4%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경기를 주도하고 있는 선박의 경우는
전체수출물량가운데 단 0.8%만이 LC결제방식을 이용하고 있는 것을 비롯
반도체와 자동차의 LC이용비율도 각각 9.8%와 23.1%에 지나지 않는다.
석유화학제품과 철강의 LC의존비중역시 48%,60.4%에 불과하다.
경공업제품중 간판수출품목격인 직물의 경우도 LC의존비중이 80.8%로
경공업전체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다.

이처럼 최근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하는 대부분 품목의 LC결제비중이
낮다보니 당연히 실제 수출실적을 전망케해주는 수출선행지표로서
LC내도액추이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중화학제품의 비LC수출비중이 높은 것은 이들 품목이 대부분 거래규모가
크고 고정적인 바이어와 장기간에 걸쳐 거래를 트고있다는 점에 있다.
LC를 개설하는 이유는 "대금미회수"라는 불안요소를 사전
제거하기위해서인데 중화학품목은 고정적인 바이어들과 거래되는게
보통이기때문에 이같은 "위험요소"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 따라서
수출업체로서는 개설금액의 0.17~0.18%를 수수료로 떼어야하는 LC개설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대신 수수료가 낮은 DP(지급도조건)
DA(어음인수도조건)등 특수결제방식을 선호하고있는 추세이다.

최근처럼 수출증가율이 LC내도증가율을 웃도는 현상은 80~85년중에도
나타났었다. 82년의 경우 한햇동안 LC내도액이 10.1% 줄어드는 기현상을
보이는 가운데에서도 82년과 83년의 실제수출실적은 각각 2.8%와 11.9%씩
늘어났었다.

무협의 최정근조사담당이사는 "올해의 경우도 중화학호조,경공업부진의
수출패턴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LC내도액과 실제수출실적간의
괴리가 더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C내도액은 이제 전체수출경기를 예측케하는 지표로서보다 경공업품목의
수출전망에나 이용되지않겠느냐는게 많은 전문가의 얘기다.

<이학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