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따른 건설경기 진정대책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주택건설
업체들이 아파트분양가 자율화 등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공영택지반납, 신도시건설 불참 등의 강경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주택사업협회 주최로 10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주택가격안정을
위한 간 담회"에서 협회 회원사인 1백17개 주택건설지정업체 대표들은
정부당국이 주택 2백 만호건설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희생양이
됐다며 분양가 자율화, 민간아파 트의 공급을 억제토록 한 "9.28조치"의
전면철회등을 요구했다.
일부 업체들은 이같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미
4조원의 대금을 선납한 공영개발택지를 반납하고 신도시개발에도 불참하는
한편 가격통제에 대한 위 헌여부를 묻는 헌법소원도 제출해야 한다는
강경대응론을 내세우고 있다.
분양가자율화는 업계가 매년 연례행사식으로 주장해왔으며 장기적인
주택가격의 안정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일부 전문가들의
이론적 지지도 받고 있는 상태이나 "시기상조"라는 정부당국의 반대로
매번 무산된 이미 오래된 이슈에 속한다.
그러나 이번 요구가 예년의 경우와 다소 다른 것은 정부당국이 주택
2백만호 건설의 무리한 추진에서 초래된 과열건설경기를 진정시키기위해
업계의 희생을 일방 적으로 강요하고 있다는 업계의 주장이 어느정도
타당성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택사업협회 소속 1백여 회원사가 주택2백만호 건설에
동참하면서 매입 계약을 맺은 토지대금으로 이미 납부한 금액은 모두
4조1천3백30억원에 달하고 있으 나 아파트분양을 통해 회수한 자금은
1조9천2백억원에 불과, 나머지 2조2천1백29억원은 아직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달 28일 이진설 건설부장관이 전국 각시도의
부지사와 부시장회의를 주재하면서 민간아파트의 사업승인을 억제하거나
동결하라고 지시, 이제는 도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주택건설업체들이 매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분양가 인상을
요구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업계의 이같은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으나 이번의 집 단행동예고는 그 강도가 예년보다 훨씬 강하다는
점에서 업계의 하소연이 단순한 엄살이 아님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대통령선거 등 각종 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정부로서 기존의 주택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양가자율화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업계가 기존의 사업물량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자금난을
겪지않는 선에서 공영개발택지의 공급조건을 다소 개선하거나 이미 납부한
택지대금에 대 한 적용금리의 현실화 등 일부 요구사항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 고 있다.
한편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발표된 주택건설업체 대표들의 토론내용은
다음과 같다.
<> 심현영 현대산업개발(주) 사장
"9.28조치"는 주택의 안정공급을 해치며 업계의 생존권 마저 앗아가는
조치다 주택 2백만호 건설과정에서 토개공, 주공 등 공영택지공급기관은
2조원의 순이익을 남겼으나 업계는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공영
개발택지의 공급조건이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단적인 증거라 할 수 있다.
<> 최승진 우성건설부회장
생산중단조치라고 할 수 있는 "9.28조치"로 주택업계는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놓여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어떤 법적 근거로 이같은
조치를 내리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주택2백만호 건설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업계인 점을 알아야 한다.
<> 장수홍 청구주택회장
이번 건의도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주택업계는 도산까지 생각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를 믿고 주택2백만호 건설에 참여해 왔는데
이제와서 업계와 상의한번 없이 정책을 세울 수 있는가. 업계가 전부
도산하면 건설부가 직접 집을 짓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 변 탁 (주)태영사장
정부는 "9.28"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공공개발 택지에서의 연내 아파트
분양을 허가해야 한다. 또 자체보유토지에서의 분양도 최소한 내년초에는
분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같은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경우 공영
개발택지를 반납하고 신도시 건설에 불참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 이홍순 우성건설사장
주택업계가 어떤 건의사항을 내놓을 때마다 정부는 "남으니까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아니냐"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업계가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은 엄살이 아니다. 주택업계의
연쇄도산이 시작된뒤 정부가 나서 봐야 그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