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유화제품의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대기업그룹들이 정부의 업종전문화 정책에 따른 주력기업으로 석유화학
관련기업을 선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업종전문화 정책이 오히려
유화산업의 중복투자를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업계 및 관계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 유화제품의 공급과잉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수출전망도 매우 어두운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나
삼성,현대,럭키금성,선경,쌍용,한국화약,롯데 등의 대기업 그룹들이
일제히 석유화학 관련기업을 주력기업으로 선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져
가뜩이나 과잉투자 시비를 빚고 있는 유화업계의 중복투자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매출액기준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석유화학 관련기업을 주력기업으로
선정해 놓은 그룹은 삼성(삼성종합화학)과 현대(현대석유화학),럭키금성
(럭키/호남정유는 검토중),선경(유공),쌍용(쌍용정유),한국화약(한양
화학 및 경인에너지),롯데(호남석 유화학) 등 무려 7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대림,금호,동부,효성,극동정유,삼양사,동양화학,대한유화,미원,
코오롱,대농, 고합그룹 등도 석유화학을 주력업종으로 선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대기업 그룹들이 일제히 석유화학공업을 주력업종으로 지정키로
한것은 유화사업을 주력업종으로 지정,여신규제 대상에서 제외시킴으로써
유화사업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비를 조달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나 이미 가뜩이나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유화산업에 앞으로도
투자가 더욱 집중될 경우 국내 유화업계는 큰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재 국내 유화업계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간 1백15만5천t 가량에
머물고 있으나 오는 93년에는 3백15만5천t으로 무려 2백여만t이나 늘어나
80만t이 넘는 공급과 잉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이미 국내 수요의 두배 가까운 공급과잉 현상을 보이고 있는
폴리프로필렌(P P)과 폴리에틸렌(PE)의 국내 생산능력도 오는 93년에는
각각 1백41만7천t과 1백17만6천t에 달해 PP 80여만t,PE 70여만t의
공급과잉을 빚을 것으로 보이는 등 거의 전품목에 걸친 유화제품의
공급과잉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국내 유화업계는 막대한 공급과잉 물량을 수출로 소화해야 할
실정이지만 국내 유화제품 수출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동남아시장도
공급과잉을 빚고 있는데다 나프타를 기초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국내업계의 가격경쟁력도 떨어져 수출전망이 매우 어두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국내 기업들이 범용 위주의 유화제품 생산에 치중,부가가치가
높은 고도정밀화학 분야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10년 이상 뒤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나프타의 안정적인 확보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유화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 그룹들이 너나없이 유화산업을
주력업종으로 지정, 중복투자를 계속할 경우 유화업체들간의 과당경쟁과
출혈수출 등으로 국가경제의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이 공급과잉을 견디지 못해 지난 70년대말 2백여만t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감축했으며 유럽과 일본도 지난 80년대초 각각
2백20여만t과 2백여만t의 에틸렌 생산설비를 감축하거나 가동을 중단했던
예를 지적,업종전문화 정책이 유화산업에 대한 중복투자를 부채질 할
경우 유화업계 전체가 큰 어려움에 직면하는 불행을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