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차고 몸 부으면 심부전 의심을…잘 관리하면 수술 필요없어"
심장은 생명을 유지해주는 ‘핵심 중의 핵심’ 장기다. 끊임없는 수축과 이완 작용을 통해 온몸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펌프 역할을 한다.

이런 심장이 심부전(심장의 구조적·기능적 이상으로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질환) 등으로 인해 제기능을 못하면 어떻게 될까. 죽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조양현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사진)는 “당장 심장 이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인공심장’이 수명을 연장해주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인공심장 수술의 권위자로 꼽힌다. 10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생소했던 인공심장 이식술을 알리는 데 앞장섰을 뿐 아니라 2019년 건강보험 급여 적용에도 기여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최첨단 인공심장 ‘하트메이트 3’ 수술을 성공시킨 것도 그였다. 조 교수를 만나 인공심장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중증 심부전으로 악화되기 전에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인공심장의 원리는.

“쉽게 말해 양수기 역할을 한다. 저수지 물을 퍼서 논에 대는 것처럼 심장이 해야 할 펌프질을 대신한다. 그렇게 온몸에 혈액을 공급한다. 대동맥으로 피를 보내는 좌심실의 역할을 보조해주는 ‘인공좌심실 보조심장’과 심장을 완전히 떼내서 기계로 대체하는 ‘완전 인공심장’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어떤 사람이 인공심장 수술을 받나.

“심부전 말기이거나 중증인 환자들이 받는다. 심부전 약물을 복용해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거나 부정맥이 심해 심정지로 쓰러지는 등 증세가 심각한 경우다. 평소에 자주 숨이 차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사람들도 수술 대상에 해당한다.”

▷인공심장 수술이 증가하는 추세인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수술 건수도, 대기자도 점차 늘고 있다. 나이가 들면 눈이 나빠지는 것처럼 심장 기능도 악화된다. 최근 들어 스텐트 삽입술 등 수술 기법이 발전하면서 갑자기 사망하는 사례는 줄었다. 대신 오랜 기간 심부전을 앓는 사람이 늘면서 인공심장 수술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2018년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뒤 환자 부담금이 5%로 떨어진 것도 수술 건수가 증가하는 데 한몫했다.”

▷장기 기증을 통해 심장을 이식받으면 될 텐데.

“물론 심장 이식이 인공심장보다 장점이 많다. 하지만 혈액형, 심장 크기 등 환자가 원하는 조건에 딱 맞는 공여자를 만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심장 이식을 위해 대기하는 동안 인공심장을 삽입하면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다. 인공심장이 심장 이식으로 가기 위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고령이나 선천적 질환 등으로 인해 심장 이식 자체가 불가능할 때도 인공심장으로 대체해서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부작용은 없나.

“인공심장은 계속 돌아가는 보일러처럼 피를 연속적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맥박이 없다. 그러다 보니 상처가 나면 피가 멈추지 않는 등 출혈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뇌졸중, 혈전 등 합병증 위험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 나온 하트메이트3 등 최신 인공심장은 이 같은 합병증 위험을 줄이고, 맥박을 구현해 출혈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했다. 인공심장을 장기간 유지해도 괜찮다는 뜻이다.”

▷일상 속에서 알 수 있는 심부전의 ‘시그널’은 뭔가.

“숨이 차고 몸이 붓는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면 심부전을 의심해야 한다. 주로 발목이나 종아리 등 하지에 부종이 생긴다. 운동할 때 심한 호흡곤란이 오거나 누웠을 때 숨이 차도 의심해봐야 한다. 누웠을 때 호흡곤란이 오면 공황장애 등 신경성 질환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병원을 찾아 심부전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심부전이 오면 모두 수술을 받아야 하나.

“당연히 아니다. 중증으로 악화되기 전에 잘 관리하면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된다. 심부전 전문의를 찾아 10년 정도 장기적인 건강관리 계획을 짜는 것을 추천한다. 전문의를 방문하면 덜컥 심장 이식을 하자고 할까봐 방문을 꺼리는 사람도 많은데, 불필요한 수술을 하지 않도록 해주는 것도 의사의 역할이기 때문에 전문의를 찾는 게 좋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