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년간 조사한 한화그룹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은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다.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한화가 계열사를 동원해 시스템통합(SI) 업체 한화S&C에 일감을 몰아줘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2015년부터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공정위 전원회의는 한화 계열사들이 이 회사의 서비스를 구매하면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을 줬다는 증거는 물론이고, 총수 일가나 그룹의 지시로 구매가 이뤄졌다는 증거도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공정위 조사로 기업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공정위 전원회의의 결론은 기업집단국이 포착했다는 혐의가 처음부터 무리한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공정위가 기업을 상대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남발했다가 기소율이 뚝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컸다. 법원에서 뒤집히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대부분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가 그렇듯이, 가장 논란이 되는 사안은 ‘정상적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하게 거래하는 행위’가 있었느냐는 것이었다. 이게 성립하려면 공정위가 자체 산정한다는 ‘정상가격’이 합리적이라야 한다. 하지만 공정위는 정상가 산정에 활용한 다른 기업들의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 정상가격이 적정한지 기업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SI는 인력의 양과 질, 시간에 따라 인건비 등 가격이 확 달라질 수밖에 없는 분야여서 더욱 그렇다. 공정위가 과거 다른 그룹 SI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가했지만 대법원이 정상가격 산출이 잘못됐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 좋은 사례다. 게다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는 그룹의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 등의 측면에서 계열사가 맡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를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로 몰아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한화는 공정위로부터 5년간 여섯 차례 현장조사와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업무 공백에 영업활동 위축 등으로 기업이 입었을 심각한 피해는 긴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공정위로부터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받고 있는 기업은 한화만이 아니다. 기업의 정당한 방어권 행사를 위해 정상가격 산정 기준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정위의 자의적 해석과 제재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