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용보험 실업급여 보험료율을 현행 1.3%에서 1.6%로 올리기로 했다. 2013년 1.1%에서 1.3%로 인상한 지 6년 만이다. 비자발적 실업자에게 주는 실업급여 지급액이 급격히 불어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이 고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월간 실업급여 지급액은 다섯 차례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7월엔 역대 최대(7589억원)를 기록했고, 8월(7256억원)도 작년 동월 대비 17.8% 늘었다. 8개월 동안 5조5412억원이 지급돼 올해 전체로는 8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 계정이 올해 1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하고, 2024년엔 적립금이 바닥을 볼 것으로 추정했다.

실업급여가 급증한 데는 정부 설명대로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급액 자동 인상 영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최저임금 과속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여파로 실업자가 크게 증가한 탓이 크다. 특히 제조업 등 질 좋은 일자리는 줄고 단기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고용의 질이 나빠진 점이 실업급여 수지를 악화시키고 있다.

문제는 고용보험 지출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10월부터 실업급여 지급액이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늘고, 지급기간도 30일 연장된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육아휴직, 출산휴가 등에 대한 지원금도 올라갔다. 청년 일자리 대책, 근로시간 단축 후속대책 등도 고용보험 부담이다.

사회안전망 구축은 필요하지만 근본 대책은 아니다. 정부는 수십조원을 쏟아붓고도 고용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근로자와 기업에 떠넘기는 식으로는 고용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게 최선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기업들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