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매출은 사상 최대인데 앱은 다운되고 배송은 지연…e커머스도 '코로나 비상'
지난 20일 밤. 많은 온라인 사이트에는 쿠팡에 대한 불만의 글이 올라왔다. 주문을 하러 들어갔지만 사이트 접속이 지연되고, 결국 다운됐다는 내용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쿠팡으로 생필품과 식료품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며 사이트가 다운됐다. 두 시간 정도 지나 정상 주문이 가능해졌다. 코로나19를 피해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몰리면서 접속자와 주문 건수, 매출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쿠팡 등 e커머스 기업들은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하루 기준 사상 최대 매출

주문량 폭증으로 한때 접속이 지연된 쿠팡앱
주문량 폭증으로 한때 접속이 지연된 쿠팡앱
쿠팡 측은 서버가 다운된 것에 대해 “갑자기 접속자가 급증해 서버가 부하를 견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쿠팡이 그동안 ‘유통업체가 아니라 정보기술(IT)업체’로 불릴 만큼 시스템에 투자를 많이 한 것을 감안하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소비자도 많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쿠팡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주문이 몰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쿠팡은 이날 오후 9시30분부터 평소에 비해 트래픽 유입이 세 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구글트렌드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18일 오후부터 쿠팡 검색량이 크게 늘었다.

쿠팡 측은 “전례없이 많은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 기준 사상 최대 주문량을 기록한 곳은 쿠팡뿐만이 아니다. 11번가와 G마켓 등에서도 생활필수품과 식료품 주문이 급증했다. G마켓에서는 생필품과 식품 주문량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1%, 지난주에 비해선 19% 증가했다. 티몬에서는 라면 등 간편식 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44%, 샴푸 비누 등 위생용품은 96%, 생수는 76% 늘었다.

마켓컬리도 주문량이 폭증했다. 지난 20일 마켓컬리의 주문량은 지난해 같은 날에 비해 118% 뛰었다.

배송 지연 불가피

기업들이 비상경영을 해도 주문량 증가로 배송 지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SSG닷컴은 19일 오후 1시부터 주문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하루에 13만 건을 처리할 수 있는 SSG배송은 대구·경북지역의 배송이 오는 24일치까지 마감됐다. SSG배송은 배송날짜(최장 4일 이내)를 미리 지정해 주문하는 시스템이다. 수도권은 배송 마감률이 평소 80%에서 93%로 올랐다.

쿠팡은 아예 홈페이지와 앱에 21일부터 로켓배송(1일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비상체제를 가동하더라도 급증하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물품을 확보하는 것도, 정해진 시간에 배송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쿠팡이 로켓배송 지연을 공지한 것은 서비스를 시작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마켓컬리는 어떻게 준비했길래

마켓컬리는 지난 설 연휴를 전후해 홍역을 치렀다. 증가하는 주문을 소화하지 못해 취소, 환불 사태가 빚어져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이후 마켓컬리는 전반적인 시스템 재점검에 나섰다. 그리고 이를 효율화한 결과 19일과 20일 급증한 주문을 무난히 소화했다. 마켓컬리는 이틀간 사상 최대 매출과 주문량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켓컬리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신선식품을 쌓아놓을 수 있는 공간을 크게 늘렸다. 효율화를 통해 2주 전보다 바닥면적을 두 배 정도 확보했다. 물류시스템도 정비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물류센터마다 분해와 조립이 간편한 모듈식 설비를 갖춰 상황에 맞게 설계를 변경할 수 있다”며 “최근 3일 동안 주문량이 많은 제품을 중심으로 컨베이어 배치를 변경하는 등 긴급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19, 20일 마켓컬리 하루 매출이 30억원대 중반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명품 소비도 온라인으로

생활용품 식품뿐 아니라 명품 온라인 판매시장도 뜨거웠다. 명품 판매 e커머스 ‘머스트잇’에서는 19일부터 20일까지 명품 할인 행사를 했다. 이틀간 동시접속자 수가 가장 많을 때는 2만2000명을 넘었다. 머스트잇 서비스 시작 후 가장 많은 소비자가 몰렸다. 19일 인기 상품을 87% 할인한 ‘특가딜’을 열자 약 3분 만에 품절됐다. 20일엔 1분 만에 모두 팔렸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