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정상들이 격론 끝에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공식 인정해 주목받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폴란드를 제외한 27개국이 원자력 발전을 기후변화의 주범인 탄소배출을 막을 수 있는 대안에 포함시키는 데 합의한 것이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대책 수립에서 원전을 원천 배제한 한국과 정반대 행보다.

유럽 각국은 기후변화 대응법과 관련해 마찰을 빚어왔다. 프랑스 헝가리 등은 탄소 배출 없는 에너지원인 원자력을 배제하고는 ‘탄소중립 유럽경제’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독일 룩셈부르크 등은 EU 자금이 원전 설립에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이 같은 대립국면에서 이달 초 출범한 새 EU집행위원회가 앞장서서 합의를 도출해 낸 것이다.

원자력 반대파인 메르켈 독일 총리가 “회의 결과에 만족한다”며 합의를 반긴 점은 세계의 시각이 급변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동시에 길 잃은 한국 에너지정책과 ‘탈원전 정책’의 맹목성도 상기시켜 준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올 4월 출범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EU와 정반대로 최근 내놓은 ‘국민정책제안서’에서 ‘원자력’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석탄화력 대체 에너지원으로 단가가 높고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LNG를 제시했다. 에너지문제를 경제·환경이 아니라 이념적 시각으로 접근했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원전은 기술만 있으면 전기를 생산해내는 시설로, 한국은 기술 면에서 세계 최고수준이다. 우리가 EU보다 원전을 홀대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 ‘한국형 원전’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설령 사고가 나더라도 방사능의 대기 유출이 차단된다는 사실도 분명해졌다. 원전에 부정적이던 프랑스와 영국이 원전 건설계획을 잇따라 세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에너지 정책마저 ‘코드’를 앞세워 역주행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