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연합뉴스)
임대료가 비싸다는 지적을 받았던 '역세권 청년주택'이 실제 조사에서도 높은 임대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서울시의 지원으로 민간사업자가 역세권에 임대주택(공공·민간)을 지어 청년에게 우선 공급하는 정책이다. 주거면적의 100%가 임대주택이며 청년과 대학생, 신혼부부들을 위해 특별 공급하는 주택 형태다. 서울시는 그동안 사업자에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 완화, 인허가 절차 간소화, 건설자금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을 어필했다. 수요자들에게는 주변시세보다 낮은 임대료가 장점이라고 홍보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동안 "주변수준의 30% 수준까지 보증금과 임대료가 낮다"며 적극적으로 알렸다. 사업자들에게도 많은 혜택을 약속하면서 역세권 청년주택 확대를 추진했다. 그러나 모집공고가 연기되기도 하고, 실제 모집 공고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비싸다', '1억원이 넘는 보증금이 시세보다 낮은 것이냐' 등의 목소리가 있었다.

실제 17일(내일) 청약접수를 받는 역세권 청년주택만 봐도 그렇다. 공공임대를 제외한 공공지원민간임대의 임대료는 보증금 3640만~1억1280만원, 월세 29만~78만원으로 책정됐다. 최소 3500만원 이상의 보증금이 필요한 임대조건에서 저소득 청년이 감당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청년세대의 주거비 부담과 주거빈곤율 해소를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라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게 업계 안팎의 얘기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주변 임대시세의 85~90% 수준에 임대료가 책정된 만큼 임대료가 과도하게 높지 않다"고 해명하고 있다.
박원순표 역세권 청년주택, 주변시세 30% 라더니…"원룸 보다 두 배 높아"
부동산정보서비스 직방은 2019년 오피스텔 등의 월세 실거래가를 토대로 역세권 청년주택의 임대료의 적정성을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전용 30㎡이하의 경우 역세권 청년주택이 보증금은 높고 월세는 낮은 수준이었다. 전용 30~40㎡이하는 보증금과 월세 모두 역세권 청년주택이 서울 평균 오피스텔에 비해 높게 임대료가 책정됐다. 다시말해 어떤 면적에서건 역세권 청년주택이 보증금과 임대료가 모두 오피스텔보다는 낮지 않다는 얘기다.

2019년 서울에서 거래된 오피스텔의 평균 임대료는 전용 20㎡이하 보증금 2723만원, 월세 44.36만원, 전용 20~30㎡이하 보증금 2947만원, 월세 51.65만원이었다. 전용 30~40㎡이하 보증금 3707만원, 월세 61.65만원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9일 발표한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입주자 모집공고(1차)에 따르면 임대보증금 비율이 30%인 전용 20㎡ 이하의 경우, 보증금이 3640만~3990만원이었고, 월세는 34만~37만원이었다. 임대보증금 비율이 40%로 올라가면 보증금은 4850만~5310만원, 월세는 29만~32만원이다.
박원순표 역세권 청년주택, 주변시세 30% 라더니…"원룸 보다 두 배 높아"
전용 30~40㎡이하에서 임대보증금이 30%인 경우에는 보증금이 7550만~8500만원이고, 월세는 70만~78만원이었다. 임대보증금이 40%로 조정되면 보증금은 1억90만~1억1280만원이고, 월세는 60만~66만원이다.

이러한 차이는 흔히 '원룸'이라고 불리는 단독다가구와 비교하면 더 벌어진다. 단독다가구는 일반적으로 오피스텔보다 낮은 편이다. 그렇다보니 단독다가구의 2019년 서울 평균 임대료는 오피스텔에 비해 낮고, 역세권 청년주택에 비해서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면적이 커질수록 단독다가구의 임대료와 역세권 청년주택의 임대료 격차는 더 커졌다.
박원순표 역세권 청년주택, 주변시세 30% 라더니…"원룸 보다 두 배 높아"
계약면적 20㎡이하의 단독다가구 임대료는 평균 보증금 1551만원, 월세 35.44만원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의 임대보증금 비율 30%와 비교하면 보증금은 절반 이하고 월세는 비슷한 수준에 거래가 이루어졌다. 계약면적 20~30㎡이하는 역세권 청년주택이 단독다가구에 비해 보증금은 두 배 이상 월세는 10만원 이상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30~40㎡이하는 보증금은 최대 3배 이상, 월세는 20만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직방은 개별 규모의 차이에 따른 가격 차가 있을 수 있어 3.3㎡당 환산전세금도 분석했으나 결과는 비슷하게 나왔다. 월세를 보증금으로 환산한 '환산전세금'으로 비교한 결과였다. 월세를 보증금으로 전환하는 기준인 전월세전환율은 역세권 청년주택의 보증금 비율별 보증금과 월임대료를 통해 산출했다.
박원순표 역세권 청년주택, 주변시세 30% 라더니…"원룸 보다 두 배 높아"
환산전세금을 비교한 결과 역세권 청년주택은 서울의 단독다가구 월세거래가격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다. 오피스텔과 비교해도 전용 20㎡이하만 낮은 수준이고 20㎡초과 규모에서는 역세권 청년주택이 더 높거나 신축 오피스텔과 비슷한 임대료였다. 비교 대상을 9월 17일 청약접수를 받는 충정로 인근인 서대문구, 마포구, 종로구, 중구로 한정했다.

전용 20㎡이하는 역세권 청년주택이 오피스텔에 비해 1000만~2000만원 낮은 수준이지만, 20~30㎡이하는 1000만원 이상 높았다. 전용 30~40㎡이하는 전체에 비해서는 약 6000만원 높게 임대료가 책정됐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역세권 청년주택은 신축오피스텔의 평균 환산전세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구체적인 조사에서도 역세권 청년주택은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으로 주거취약 청년층이 접근하기에 다소 부담스러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편 역세권 청년주택에 입주하려면 연령·소득·자산 기준을 맞춰야 한다. 입주자 모집 공고일 현재 만 19~39세 이하로 무주택가구 구성원이어야 한다. 생계를 위해 필요하거나 장애가 있는 입주자를 제외하고는 자동차를 보유하지 않아야 한다.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 평균소득(3인가구) 120% 이하에서 순위별로 차등을 둔다. 자산기준은 대학생 (7500만원) 청년(2억3200만원) 신혼부부(2억8000만원)등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