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비선실세’ 최순실 씨 등 세 사람의 운명이 오는 29일 결정된다. 세 사람 중 적어도 한 명은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할 처지가 된다.

22일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13명은 전원합의체 회의를 열고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최씨를 피고인으로 하는 국정농단 사건의 상고심을 29일 선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대법원에 상고한 지 1년6개월 만에,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지난해 9월 상고 뒤 11개월 만에 선고를 받게 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같은 날 대법원 소부 선고가 있는 관계로 정확한 시간은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이 이뤄지면 세 명의 피고인 가운데 최소 한 명은 원심이 파기돼 2심을 다시 받게 된다. 핵심 쟁점은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제공한 말 세 마리의 뇌물 인정 여부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1·2심은 이를 뇌물로 보고 말 구입액 34억원을 뇌물액수에 포함했다. 이 부회장 1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2심은 말의 소유권이 최씨에게 넘어간 것은 아니라고 보고 뇌물에서 제외해 총 뇌물 인정 액수를 86억원에서 36억원으로 줄였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이 부회장이 2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된 ‘결정타’였다. 뇌물이 50억원을 넘으면 집행유예가 불가능해진다. 뇌물을 준 사람과 뇌물을 받은 사람들끼리 오고 간 돈이 다르기 때문에 대법원은 하급심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 2월 피고인 세 명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대법원이 이달 중 선고하겠다는 결정을 내놓은 것은 법조계 안팎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다. 국정농단 사건은 지난 6월 심리가 종결됐지만, 대법관 중 일부가 뒤늦게 이견을 내놓으면서 추가 심리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판결문 작성에만 수개월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대법관들은 이날 회의를 통해 심리를 다시 재개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