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과태료 처분을 자초해야 할 처지다. 노조와 합의 없이 상여금 일부를 매달 지급하는 방식으로 취업규칙을 손질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행 법규상 연봉 7000만원을 받는 직원들조차 최저임금 기준(8350원)에 미달하는 바람에 짜낸 고육책이다. 노동조합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고치면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어야 하지만, 이보다 처벌이 강력한 최저임금법 위반(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피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근로자 평균 연봉이 9200만원에 이르는 회사가 이런 상황에 놓인 이유가 뭘까. 기본급은 적고 상여금(기본급의 700%)과 각종 수당이 많은 임금구조 탓도 있지만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지나치게 좁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정부가 지난해 산입범위를 확대했지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최저임금(기본급+일부 고정수당)에다 매월 받는 정기상여금 및 복리후생비 일부만을 포함시켰다. 현대자동차처럼 두 달에 한 번씩 주는 상여금은 산입조차 되지 않는다. 모든 상여금과 숙식비까지 포함시키는 대다수 선진국들과 대조적이다.

최저임금법은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법 취지와는 달리 저숙련·저임금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급등으로 일자리가 줄어 오히려 고통을 받고 있다. 반면 일부 최상위 임금 근로자들은 호봉제 임금 테이블 전체가 올라 연봉이 덩달아 상승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최저임금 ‘속도 조절’만큼이나 부작용이 끊이지 않는 산입범위 합리화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