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요 도시의 버스파업도 결국 세금 투입 위주의 미봉적 해결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그제 대구에 이어, 어제 다른 도시들보다 먼저 파업사태를 피한 인천은 ‘재정 지원으로 3년간 임금 20% 이상 인상, 정년 63세로 2년 연장’이 타결안이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시(市) 예산을 과도하게 퍼부었다가 ‘부실 지자체’로 몇 년간이나 행정안전부의 재정 감독을 받았던 터에 새로운 혹을 붙였다. ‘준공영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연간 추가비용은 1조3433억원에 달한다는 추계가 나와 있는 터다.

버스 파업 대란은 막아야 하겠지만, 그 방법이 세금 투입이어선 곤란하다. 무엇보다도 버스 운영의 당사자 부담 원칙이 무시되고 있다. 공공사업의 기본인 수익자부담 원칙에서도 벗어났다. 주 52시간 근로제든 무엇이든 비용이 발생하면 이용자가 먼저 부담하고, 개별 버스회사가 감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고통분담과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기사들 근로시간이 줄어든다면 그에 따른 임금 감소도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것 아닌가.

버스업계 노사가 있고, 쟁의가 진행 중인 사안에 정부 여당이 유일한 해법인 양 준공영제를 서둘러 제기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 특히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를 앞서 발표해 ‘국고지원은 곤란하다’는 정책적 판단을 해 온 기획재정부의 입을 막아버렸다. 조(兆)단위 보조금은 국민들 지갑에서 나오는데, 섣부른 판단도 생색내기도 국회와 정당이 먼저 하고 있다.

시내버스 업무는 지방자치단체 소관이다. 하지만 어느 시·도도 버스 지원을 위한 지방재정 구조조정에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이다. 여당이 앞서 해법까지 제시한 판에 급하게 근로시간 단축을 몰아붙여 온 중앙정부더러 해결하라고 할 게 뻔하다. 중앙과 지방의 이런 소모적 입씨름은 ‘낭비 행정’일 뿐이다. 지자체 파산제도가 없는 한국에서는 국세로 나가든, 지방세에서 지원되든 납세자 부담은 같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요금문제는 경시하거나 회피한 채 재정지원으로 파업사태를 푼다 해도 과연 시내버스에서 끝날까. 승차공유를 놓고 택시업계 반발이 거세자 기사월급제에 정부 지원론이 나온 판에 열악한 화물자동차나 관광버스 등 다른 운수업계는 가만히 있을까. 주는 쪽이나 받겠다는 쪽이나 너무도 쉽게 ‘국고 지원’을 말한다. 큰 정부와 공공부문 확대로 거침없이 달려 온 정부가 그런 길을 열어놨다. 하지만 효율성이 없고, 지속가능한 모델도 아니다. 지난 1분기에만 전년 대비 8000억원 줄어드는 등 세수는 이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끝없는 재정 퍼붓기로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내 집권기 몇 년간 굴러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라면 더욱 위험하다. 전국 버스들은 이번 파업을 준비하며 ‘보편적 교통복지’라는 구호와 함께 ‘중앙정부가 책임져라’라는 주장을 외쳤다. 심각한 재정의존증, 곳곳으로 번지는 이 복지병을 누가 자극했는가. 납세자는 화수분이 아니다.